이·팔 전쟁 후 첫 미군 사망자 발생…국제유가 다시 요동치나

입력 2024-01-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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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전초기지 주둔 미군 3명 숨져
바이든 “반드시 책임 물을 것”
이란, 자국 관여 의혹 공식 부인
공격받으면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가능성

▲요르단 북동부 루크반에 있는 미군 전초기지 ‘타워22’의 위성촬영 이미지. 친이란 민병대가 27일(현지시간) 이곳을 드론으로 공격해 미군 3명이 숨지고 최소 34명이 부상했다. 루크반(요르단)/로이터연합뉴스
▲요르단 북동부 루크반에 있는 미군 전초기지 ‘타워22’의 위성촬영 이미지. 친이란 민병대가 27일(현지시간) 이곳을 드론으로 공격해 미군 3명이 숨지고 최소 34명이 부상했다. 루크반(요르단)/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복을 공언하면서 세계 최강 군사대국의 대응 수위에 글로벌 이목이 쏠린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요르단에 주둔한 미군 전초기지에 드론 공격이 가해지면서 미군 3명이 숨졌다고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 북동부에 있는 미군 전초기지 ‘타워 22’가 전날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공격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단계이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과격 무장세력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과 시간으로 이 공격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보복과 응징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 관리는 이번 공격으로 미군 최소 34명이 외상성 뇌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미군 사망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촉발된 전쟁에 따른 중동의 긴장이 더욱 격화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팔 전쟁 후 미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민병대로부터 150회 이상 공격을 받아 이번 사태 전까지 최소 7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어서 미군 사망을 계기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대응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 도전을 앞두고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강경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공화당 의원들은 중동에서 방어적 수준에서 제한적 공격을 유지한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며 이란이 지원하는 세력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압박해왔는데 이날 비판 수위가 한층 커졌다. 린지 그레이엄과 로저 위커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이란에 대한 직접 타격을 주문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독주 체제를 굳혀가는 바이든의 맞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에 대한 이 뻔뻔한 공격은 바이든의 유약함 때문”이라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런 공격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은 대응 수위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이 직접 충돌하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더 광범위한 중동 지역 전면전으로 번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란 본토 공습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종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 관료들과 회동해 휴전과 인질 석방 문제를 논의했다. 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갈등을 피하기 위한 별도의 협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단 미 행정부 관리들과 정보기관들은 이번 공격이 이란이 의도적으로 분쟁을 고조시키려는 시도였는지 아니면 이란의 대리 세력들이 그간 해왔던 제한적인 공격이었으나 실수로 미군을 죽인 것인지 파악 중이다.

이란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은 이번 공격과 무관하며 이와 관련해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미군 사망 소식에 당장 국제유가는 요동쳤다. 글로벌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29일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최대 1.5% 상승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소식에 지난주 상승세를 보였던 유가는 지정학적 위험이 한층 커지자 또 한 번 오른 것이다.

RBC캐피털의 마이클 트랜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위험이 지정학적 현실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아직 홍해에서 고조되는 긴장감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유가뿐 아니라 공급망 안보에 대한 모든 전망 조정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타이치캐피털의 타리크 자히르 매니징 회원은 “국제유가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응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여부에 달렸다”며 “우린 원유 흐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의 최고조에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경로가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이 통과할 수 있는 주요 경로다. 특히 세계 최대 원유 운송 요충지로 평가되고 있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최후의 보루인 이곳을 폐쇄하면 국제유가 변동성은 훨씬 커질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하루 2100만 배럴의 원유가 이곳을 지났는데, 이는 전 세계 하루 소비량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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