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갈등의 쟁점이었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다만, 갈등의 시발점이었던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선 한 위원장이 선을 긋는 등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조만간 직접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형식은 특정 언론사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국정 운영의 구상을 밝히면서 김 여사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엔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2부속실 설치 등 보완 장치도 언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최근 여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에 응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 위원장도 논란과 관련해 "기본적으로는 '함정 몰카'이고, 그게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맞지만,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등의 입장을 보여왔다.
2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23∼25일(1월 4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 평가하는 응답은 31%로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부정 평가는 63%로 직전 조사보다 5%p 올랐다.
한국갤럽은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에서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상위권으로 부상했다"며 "과거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에서 김건희 여사의 언급량이 증가한 바는 있으나 그 비율이 5%를 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 '김건희 여사 행보'라고 답한 비율은 직전 조사에서 2%였지만, 이번 조사에선 7%p 오른 9%를 기록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본래 김 여사의 논란으로부터 촉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로 한 것은 한 위원장과의 갈등이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갈등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던 김경율 비대위원 또한 최근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은 25일 김건희 여사와 연관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돈 봉투 사건 등을 언급하며 "세 가지 사건의 공통점은 더 이상 밝혀질 것이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사과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한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갈등을 봉합하고, 각각 '민생'과 '총선' 행보에 나섰다. 앞서 갈등이 불거졌던 지난 22일 민생토론회 일정에 돌연 불참했던 윤 대통령은 25일 열린 6번째 민생토론회에는 예정대로 참석해 "당장 올해부터 본격적인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경기도 전통시장인 의정부 제일시장을 방문해 "설 명절을 앞둔 전통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민생 현장도 점검했다.
한 위원장도 25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동료 시민 눈높이 정치개혁 긴급 좌담회'에 참석해 본인이 제시한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과거에 정치개혁은 결말이 똑같았다. 한쪽이 제시하고 한 쪽이 할 것 같이 얘기하다가 나중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단 이유로 흐지부지됐다"며 "이번엔 민주당이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당 귀책으로 인한 재·보궐선거 시 무공천 △의원 정수 축소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의 정치개혁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24일에도 숭실대학교를 찾아 대학생들과 현장 간담회를 갖고, 총선 공약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선 한 위원장이 선을 긋고 있어 아직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위원장은 25일 김 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통령실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김 비대위원의 사퇴가 이른바 '윤·한 갈등'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