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터팬’만 챙기는 풍토 곱씹게 하는 오뚜기 소송

입력 2024-01-26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오뚜기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업계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오뚜기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면사랑과 함께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 신청도 했다. 중기부가 기업 간 거래를 전면 중단하라는 처분을 통보한 데 대한 정면 반발이다. 이례적 충돌이다.

오뚜기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15일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생계형적합업종법)에 있다. 이 법 제8조는 대기업 등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원래는 별문제가 안 됐다. OEM 업체인 면사랑은 중소기업으로, 불이익 처분을 받을 이유가 없어서였다.

사정이 180도로 달라진 것은 면사랑의 평균 매출이 2020년 기준 1000억 원을 넘어서면서부터다. 면사랑은 중견기업으로 승격이 됐다. 축하를 주고받을 일은 아니었다. 생계형적합업종법 규제 대상이 돼 오뚜기와 거래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기업을 키웠더니 곧바로 발목이 잡힌 결과다. 오뚜기는 물량을 줄여 거래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일축했다.

오뚜기와 면사랑은 특수관계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매형이라고 한다. 두 기업 관계가 남다른 만큼 시장경제를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제3자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법원 평가도 그럴 것이다. 국수·냉면 제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이란 점도 변수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반기업 프레임을 넘어 폭넓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핵심 쟁점을 간추리면 결국 ‘피터팬 증후군’으로 집약된다. 대기업·중견기업 규제가 과도한 탓에 더 클 수 있는데도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병리증상이 국내 기업생태계에 엄존하고 있다. 국익과 국운에 도움될 리 없는 증세다. 오뚜기 소송은 이를 언제까지 방치할지를 묻는 법정 공방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대기업 비율은 2021년 기준 0.88%로 10년 전 0.56%보다 확연히 증가했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국부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정신을 범사회적으로 응원하기에 작은 기업이 지구촌을 호령하는 대기업으로 몰라보게 자라나는 것이다. 우리는 다르다. 대기업이 늘지 않는다. 종업원 1000명 이상 국내 기업은 852곳에 그친다. 전체 기업의 0.014%다. 10년 전(0.015%)보다 외려 줄었다.

한술 더 뜨는 조사 자료도 있다. 지난 10년 내 중소기업 규모를 벗어난 국내 중견기업 300곳 중 31%가 중소기업 회귀를 고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도 시원치 않을 판국인데 거꾸로 감량을 하지 못해 안달하는 것이다. 피터팬만 떠받드는 낡은 풍토가 황당한 생태계를 빚고 있다. 시장경제의 힘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가 왜 이 꼴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년 째 공회전' 허울 뿐인 아시아 금융허브의 꿈 [외국 금융사 脫코리아]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빼빼로 과자 선물 유래는?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100일 넘긴 배달앱 수수료 합의, 오늘이 최대 분수령
  • '누누티비'ㆍ'티비위키'ㆍ'오케이툰' 운영자 검거 성공
  • 수능 D-3 문답지 배부 시작...전국 85개 시험지구로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12:02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3,566,000
    • +6.1%
    • 이더리움
    • 4,469,000
    • +2.81%
    • 비트코인 캐시
    • 620,000
    • +6.62%
    • 리플
    • 830
    • +4.67%
    • 솔라나
    • 294,500
    • +4.84%
    • 에이다
    • 831
    • +15.26%
    • 이오스
    • 814
    • +18.14%
    • 트론
    • 231
    • +2.67%
    • 스텔라루멘
    • 155
    • +7.64%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950
    • +10.19%
    • 체인링크
    • 20,280
    • +4.7%
    • 샌드박스
    • 425
    • +11.5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