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논란 커지는 ‘高위험 병원체’ 연구

입력 2024-0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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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소식 두 가지가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하나는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신종 폐렴이 나타났을 때 중국 보건당국이 확인 발표 2주 전 이미 바이러스 게놈을 해독해놓고도 숨겼다는 내용이 미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문건에 있다는 뉴스다. 그 결과 세계보건기구(WHO) 대응이 그만큼 늦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바로 정보를 제공했다면 팬데믹으로 전개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두 번째는 꽤 충격적인 내용으로 최근 중국 연구진이 게놈에 변이를 일으켜 실험동물에서 100% 치사율을 보이는 고병원성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2022년 국내에서 거리두기가 풀리며 병원성이 낮아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때도 수만 명이 사망했는데, 이런 바이러스가 퍼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간다.

中연구진 ‘코로나바이러스’ 생성 보도

그런데 왜 과학자들 스스로가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실험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중국 당국은 왜 이런 시도를 막지 않는 것일까. 음모론이라고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도 이런 식으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든 바이러스가 유출돼 시작한 것 아닐까.

먼저 뉴스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중국 연구자들이 학술지에 싣기 전 바이오 아카이브라는 사이트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이 치명적인 변이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배양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여러 변이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즉 천산갑에서 분리한 코로나바이러스(GX-P2V로 명명)의 변이체로, 게놈 일부가 손실된 상태다. 이 변이 바이러스를 사람의 수용체 유전자를 지닌, 즉 인간화된 생쥐에 감염시키자 수일 만에 100% 죽었다는 것이다. 사람도 감염되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들의 주장처럼 배양 과정에서 우연히 일어난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이런 변이가 나올 때까지 의도적으로 반복 배양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바이러스나 세균의 게놈에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기능(이 경우 고병원성)을 갖게 하는 것을 ‘기능 획득(gain-of-function)’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만에 하나 유출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병원체 기능 획득 연구를 하는 걸까.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사전에 막을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에 치명적인 신종 병원체가 나타났을 때 설사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언젠가 감염성이 큰 변이가 나타나 팬데믹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실험실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백신이나 치료제 등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1년 미국과 네덜란드의 두 연구팀이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게놈을 조작한 뒤 반복 감염을 통해 추가 변이를 일으켜 독감 연구에 널리 쓰이는 포유류인 페럿(흰담비)에 쉽게 감염할 수 있는 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 큰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두 연구 모두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를 받은 것이어서 비난이 더 컸다.

이듬해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이들의 논문에 실리자 “치명적인 팬데믹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만드는 처방을 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난이 들끓었고 결국 독감 연구자들은 기능 획득 연구 모라토리엄(일시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 뒤 관련 법령이 정비됐고 좀 더 엄격한 관리 아래 병원체 기능 획득 연구가 재개됐다.

美, ‘고위험 병원체 연구’ 규제 청문회

지난 10일 미국 위스콘신주 의회에서는 병원체의 기능 획득 연구를 규제하는 법령 제정에 관한 청문회가 열렸다. 참고로 2011년 조류독감 바이러스 기능 획득 연구를 한 기관 가운데 하나가 위스콘신대다. 미래 팬데믹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유출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병원체 기능 획득 연구를 하는 게 정말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청문회로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중국 과학자들이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뉴스가 부정적인 기류를 강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캡션>

박쥐와 함께 천산갑(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매개체로 의심받고 있다. 최근 중국 과학자들은 천산갑에서 분리한 코로나바이러스를 반복 배양해 인간화된 생쥐에 치명적인 변이체를 얻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제공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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