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126억 어치 순매수·기관 96억 어치 순매도
"내수 침체·미 대중국 제재에 글로벌 자금 유출"
중국이 내수 부진과 미국과의 지정학적 갈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는 국내 출시 중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며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중국 ETF ‘팔자’ 행렬을 가속하며 개인과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인 종목은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였다. 최근 한달간 이 종목의 수익률은 –30.20%로 집계됐다.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도 수익률 –30.19%로, 근소한 차이로 최저수익률 2위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수익률 급락을 둘러싼 개인과 기관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렸다. 이 기간 개인은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를 126억7045만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94억7055만 원어치 순매도했다.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도 개인 순매수와 기관 순매도 액수는 각각 46억8631만원, 50억4252만 원으로 파악됐다.
그 뒤를 이어 중국 ETF 중 낮은 수익률을 보인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와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의 수익률은 –23.22%로 개인은 1억290만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1억333만 원어치 순매도했다.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도 –19.32%까지 떨어졌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108억1750만 원어치 순매수, 110억428만 원어치 순매도했다.
중국 ETF 수익률이 고꾸라진 것은 내부 경기 침체에 미국의 대중국 무역 압박이 더해지며 중국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는 부동산 채무불이행(디폴트) 여파와 인민은행 금리 인하 연기 등 시장 기대감을 꺾는 조건이 남아있다. 또 미국은 반도체를 겨냥한 대중국 수출 제재의 고삐를 여전히 강하게 죄는 중이다. 중국 안팎에서 이런 부정적 시그널이 계속되자 신흥국 대표 투자처였던 중국에서 글로벌 자금이 빠졌다는 설명이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과거에 비춰보면 중국 내부 경제가 좋지 않을 때 당국이 부양책을 동원하면 경기가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지금은 이런 대응이 쉽지 않은 상태”라며 “미국의 ‘중국 때리기’ 정책이 글로벌 자금으로 하여금 ‘세계의 공장’ 중국에 매력을 못 느끼게 만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증시 불황에 중국 관련 상품의 가격 매력이 상승했지만,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딘 만큼 수익 추구보다 손실 최소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는 보고 있다. 특히 급격한 수익률 악화가 발생한 레버리지의 경우 위험성이 높은 대신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자만의 ‘손절 원칙’을 바탕으로 움직일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 선임연구원은 “기관은 가격 매력보다 중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안 좋은 영향이 크다는 판단으로 순매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세 하락장에 레버리지에 들어가는 전략은 유효하고 절대 수익 추구도 좋지만, 투자에서는 덜 잃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