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지속하면 설 선물세트 가격도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백화점은 고가 제품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전략을 펴는 한편, 대형마트는 가성비 제품으로 소비심리를 공략 중이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가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을 중간 점검한 결과 축산은 30만∼50만 원대, 청과는 10만∼20만 원대, 수산은 20만∼30만 원대 상품이 각각 잘 팔렸다.
명절 선물세트로 가장 인기가 많은 축산의 경우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 판매가 두드러졌다. 롯데백화점에서는 50만 원대 로얄한우 스테이크 세트 판매량이 전체 1위를 차지했고 현대백화점에서도 30만 원대 한우 세트와 40만 원대 한우구이 세트가 나란히 전체 판매 순위 1∼2위에 올랐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40만 원에 가까운 한우 세트가 판매량 상위권에 들었다.
백화점에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이래 명절 선물세트 구매 단가가 10% 안팎의 비율로 상승했다. 고향을 찾지 못하자 선물 구매에 들이는 가계 예산을 확대한 것이다. 엔데믹(endemic·풍토병화한 감염병)이 본격화한 지난해와 올해도 이런 추세는 그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맞춰 백화점들은 고가 상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00만 원 이상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 대비 30% 이상 늘렸다. 200만∼300만 원대 최고급 한우세트, 200만 원대 참굴비 세트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도 400만 원대 굴비 세트를 판매 중이다.
주류도 초고가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병당 5000만 원, 4병 세트에 2억 원을 호가하는 꼬냑 '하디 라리끄 포시즌 에디션'을 내놨고, 현대백화점도 세계적으로 100여 병만 생산된 희귀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50년산을 8500만 원대 가격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가·프리미엄 선물에 대한 구매 수요는 꾸준하다. 특히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상품의 희소성"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대형마트에서는 중저가 상품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이마트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판매한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같은 기간 대비 19.4% 늘었다. 가격을 내린 한우세트와 샤인머스캣을 활용한 과일 세트, 가격과 실용성을 강조한 통조림세트가 매출을 견인했다. 한우가 37%, 과일은 60%, 통조림은 29%씩 매출이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는 10만 원이 채 안 되는 실속 한우세트와 과일 세트의 인기가 높다. 5만 원대인 충주 프레샤인사과(5㎏)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2일까지의 예약판매 매출이 2배 늘었고 9만 원대 한우 정육세트도 70% 증가했다. 1만 원을 밑도는 김 선물세트 매출도 2배가량 늘었다.
홈플러스는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극가성비 수요가 높아졌다고 보고 올해 설 예약판매 상품의 67%를 3만 원대 이하 상품으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