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의 대형할인점 롯데마트에서 5년째 델리개발팀을 맡고 있는 최교욱 팀장은 21일 기자와 만나, 그간의 수고를 이렇게 ‘몸으로’ 직접 선보이며 호방하게 웃었다. 친근한 표정의 그는 델리개발팀의 역할을 묻자,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델리개발팀은 롯데마트 델리(즉석식품)코너에서 판매되는 모든 먹거리들을 연구·개발하는 팀이다. 한때 마트에 주전부리 먹으러 간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위상이 중요해져 ‘막중한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진 유통채널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특히 대형마트에선 소비자의 발길을 잡아두는 델리코너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신선도와 맛의 품질이 델리코너의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최 팀장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다소 걱정 어린 눈빛을 보내자, 그는 또 한 번 호방하게 웃으며 “(최고의 델리를 만들기 위해)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델리개발팀이 특히 강한 의지와 역량을 결집해 만든 곳이 최근 대형마트업계에서 화제다. 그곳은 바로 롯데마트 은평점의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에 구축한 국내 최장(44m) 즉석조리식품 매대 ‘롱 델리 로드’다. 그랑 그로서리는 대형마트의 식품 대 비식품 구성비가 최대 6 대 4란 통념을 파괴하고, 대형마트 최초로 90%까지 식품 비중을 높인 ‘국내 최대 델리 식료품 제안 매장’이다.
이 곳의 ‘롱 델리 로드’는 최 팀장이 이끄는 델리개발팀의 열정이 곳곳에 담겼다. 롱 델리 로드에는 파스타부터 다코야키, 소떡소떡 같은 길거리 음식까지 델리 200여 종이 진열돼 있다. ‘요리하다 키친’에선 대형마트 최초로 아메리칸 차이니즈 컨셉트의 17가지 즉석 조리 식품을 뷔페 형식으로 즐길 수 있다. 회·초밥 특화 코너 ‘요리하다 스시’에선 고객이 키오스크로 횟감을 고르고 원하는 부위와 중량을 선택하면 셰프가 주문한 대로 포장해주는 ‘오더 메이드’ 방식을 도입했다.
이런 창의적인 델리는 델리개발팀의 숨은 노력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최소 6개월 전부터 신제품을 기획하고 전국을 누비며 어떤 음식이 트렌드를 이끄는 지 살핀 뒤, 제품 개발에 착수한다. 설령 잘 팔릴만한 델리 레시피를 개발해도 대량 생산을 하다보면, 소량 생산 당시의 맛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아 신제품 개발은 고난의 연속이다. 최 팀장은 “신제품이 나오면 테스트베드(testbed) 역할을 하는 점포 델리로드에 4주 정도 시판해보고, 2주 정도 수정작업을 거친다”며 “이후 다시 4주 동안 시판해보고 신제품 판매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통과한 신제품만 전국의 롯데마트 델리코너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것이다.
델리코너에 대한 최 팀장의 뜨거운 열정을 듣고 있자니, 그의 이력이 새삼 궁금했다. 천상 ‘마트 델리맨’인 최 팀장은 1999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한 백화점맨이다. 이후 2001년 롯데마트로 옮겨 영업과 세무·회계, 구매 부서 등을 거쳤다. 최 팀장은 “여러 업무를 해온 덕분에 델리 고객의 반응을 잘 살피는 ‘눈’이 생겼고, 제품의 맛과 판매가의 균형도 맞추는 노하우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요리사 자격증은 없지만 MD들과 강레오 셰프가 이끄는 롯데마트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와 함께 소비자의 입맛을 잡을 델리 개발을 매일 고민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맛집을 그대로 델리로 만드는 게 델리개발의 목적은 아니다”라며,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 눈높이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고 맛까지 좋은 델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롯데마트 델리코너가 ‘잘 나간다’는 말을 들으려면 매출 신장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델리 로드를 찾은 고객들의 롯데마트 매장 내 또 다른 제품을 구매할 때, 델리가 오프라인 점포 부활의 선봉에 섰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팀원들과 함께 롯데마트의 델리 발전에 열정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