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9주 연속 날아올랐던 코스피가 추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00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등 연초부터 조정 장세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중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지난해 선반영된 호재성 이슈에 대한 차익실현으로 내림세를 보이는 것이며, 현 수준에서 하방을 다진 후 중앙은행 금리 경로, 올해 실적 등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오름세를 찾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2440.0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연말(2655.28포인트) 대비 215.24포인트(8.11%) 하락했다. 코스피는 올해 개장 첫날인 2일과 15일, 18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10 거래일)을 하락 마감하는 등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초부터 이날까지 개인이 6조7403억 원 순매수, 외국인이 1조3770억 원 순매수했고, 기관이 8조1527억 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국인은 최근 5거래일간 1조5570억 원 순매도세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예상 범위 내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진단 중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400선인 지금이 바닥이다. 과매도권에 있는 상태”라며 “현대 예상 밴드 내에 있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현재 나타난 2400선은 가격 매력이 있는 국면”이라며 “지난해 11~12월 다소 과도하게 올라간 부분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되돌리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초 코스피 지수 하락 요인은 연말 상승 랠리에 따른 상승분 반납과 더불어 대형주들의 4분기 실적 저조,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불확실성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 중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4분기 어닝쇼크 등이 하락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9주 연속으로 오르는 등 급등세에 대한 차익실현 이슈,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으나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에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외에도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이 저조했던 부분도 시장에 부담이 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오태동 센터장은 “올해 기대됐던 금리 인하나 기업 실적 개선 등 호재가 지난해 11~12월 선반영됐다가 올 1월 들어 차분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부진으로 실적 개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재차 넘기는 등 연준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의심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강대석 연구원은 “많이 샀던 걸 다시 파는 이익실현이 이뤄지는 상태”라며 “외국인 선물 수급 영향력이 진정되고 있으나 순매도가 여전하고, 국내 연기금의 순매도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가격 조정의 시작 자체가 이익 실현적 성격이므로 차익시현 매물은 더 나오기 힘든 제한적 환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 코스피 지수가 1분기 혹은 연중 코스피 지수가 2350~27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 중이다. 연초 코스피 지수 하락은 예상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다.
1분기 코스피 예상 밴드는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 2350~2750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350~2650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2400~2650 등이었고,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중 예상 밴드 2250~2800으로 책정 중이다.
코스피가 상승하기 위한 조건으로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불확실성 해소, 실적 반전, 지표 개선 등을 꼽았다. 이승훈 리서치센터장은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는 기점이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FOMC 결과에 따라 올해 전반적인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연준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코스피 실적 하향조정이 마무리되고,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이 된다면 코스피가 상승할 수 있다”며 “중간중간 수시로 반등해 주가 복원은 가능하겠으나 본격적인 상승 추세 전환 시점은 4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태동 리서치센터장은 “특별한 악재가 있어 코스피가 하락한 것이 아니므로 돌발 악재가 나오지 않는 한 특별한 호재가 없어도 투자 심리는 개선될 것”이라며 “국내 수출 개선세와 같은 경제지표가 ‘트리거’가 된다면 시장이 상승세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강대석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주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면 연초 분위기가 위축된 것”이라며 “비슷한 체급을 지닌 다른 기업 중 이러한 어닝쇼크 충격을 반전시킬 실적이 반등의 조건이 될 수 있다. 계절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4분기 실적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올해 실적 추정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가 주요 변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스피가 가격 매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방어적이고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수 있는 대형주 위주로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오태동 리서치센터장은 “2400선이면 가격 매력이 있다. 현재로서는 300포인트 정도는 추가 상승이 여력이 있다고 본다”며 “설 연휴가 지난 후에는 시장이 안정을 찾고 완만히 우상향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투자 전략과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석 연구원은 “사야하나 팔아야하나로 물어본다면 살만한 가격대라고 본다”면서도 “보수적으로 방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되, 추가로 더 비관적인 의견을 갖기보다 점진적으로 시장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제로 단기 변동성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패닉셀링 구간에서 매도 동참은 성과 부진으로 귀결된 사례가 많았기에, 현시점에서는 긴 호흡으로 분할 매수 대응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리서치센터장은 “실적이 좋아지거나 좋아질 수 있는 종목에 대한 투자가 바람직하다”며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으나 SK하이닉스와 같이 올해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상태이므로 대형주 쪽에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