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은 1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부문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각본·감독·제작을 맡은 한국계 각본가 이성진이 감독상과 작가상을 수상했고, 역시 한국계인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중국·베트남계 배우 앨리 웡은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후보에 오른 11개 부문 중 남·여우조연상, 음악상을 제외한 모든 상을 쓸어 담았다.
이성진 감독은 “제가 LA에 처음 왔을 때, 제 은행 통장은 마이너스였다.제가 1달러를 저금하러 은행에 갔더니, 은행에서 ‘1달러를 저금하는 거냐’고 물어보더라”라며 “당시만 해도 에미상을 받을 줄 전혀 몰랐다. 이 자리에 서보니 정말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한다”고 함께한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 세상에서 우리는 계속 서로 멀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 이런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자주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나는 사랑받을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여기 계신 출연진이 서로 조건 없는 노력을 주고받은 결과가 ‘성난 사람들’이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남우주연상을 받은 스티븐 연은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7일)과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상식(14일)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스티븐 연은 난폭 운전을 하고 달아난 사업가 에이미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대니를 맡아 생생한 현실 연기 속 이방인의 애환과 뭉클한 여운까지 선사하며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스티븐 연은 “저를 지켜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성난 사람들’ 팀과 넷플릭스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함께 해준 분들, 큰 배움을 준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큰 영광이자 축복”이라며 눈물의 소감을 전했다.
여우 주연상을 받은 앨리 웡은 세상을 떠난 부친을 그리며 “이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며 “내 두 딸은 내 삶의 전부다. 그 아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이성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다. 운전 도중 벌어진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한 주인공 대니와 에이미의 갈등이 극단적인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 장르다. 10부작인 이 드라마는 지난해 4월 공개된 직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에미상은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앞서 2022년 9월에 열린 제74회 에미상에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드라마 시리즈, 코미디 시리즈, 미니 시리즈·TV 영화, 예능, 리얼리티 등 부문별로 시상한다.
당초 제75회 에미상은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할리우드 파업으로 연기됐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방영된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