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5일 헌법에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한다는 내용을 명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회담과 교류업무를 담당해 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을 폐지하는 등 대남 기구 정리에도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은 1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영토 조항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공화국이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모순적인 기성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이상" 주권행사 영역을 정확히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반영하여 공화국 헌법이 개정돼야 하며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헌법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정 헌법을 차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조평통 등 남북대화와 협상, 협력을 위해 존재하던 기구를 폐지하기로 했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발표된 '결정'에서 "근 8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 통일 노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과는 언제 가도 통일을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조선반도에 통제 불능의 위기상황을 항시적으로 지속시키며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대한민국을 더이상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심각한 시대적 착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지난해 예산 집행 결산과 올해 예산 편성도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올해 지출은 지난해보다 3.4% 증액하고, 지출 총액의 44.5%를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개선 향상에 쓰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당과 정부가 가장 중시하고 품을 들여야 할 지상의 과업은 인민 생활을 하루빨리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방에 현대적인 공장을 매년 20개씩 세워 10년 안에 모든 시, 군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