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허리 지탱할 '중박' 흥행 영화 없다는 점 한계
'엘리멘탈'ㆍ'스즈메의 문단속' 등 애니메이션 이례적 흥행
지난해 12월 한국영화는 1347억 원의 매출액과 137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2월 한국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다. 흥행의 일등공신은 '서울의 봄'이었다.
15일 영진위는 '2023년 1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을 발표했다. 그 결과 '서울의 봄'은 12월 한 달 동안에만 매출액 877억 원, 관객 수 890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통틀어 가장 흥행한 영화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서울의 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한 영화 중 '범죄도시2', '아바타: 물의 길', '범죄도시3'에 이어 매출액 1000억 원, 관객 수 1000만 명을 넘긴 네 번째 영화가 됐다. 현재까지 '서울의 봄'이 동원한 관객 수는 1278만1735명이다.
반면 지난해 12월 외국영화의 매출액은 296억 원, 관객 수는 300만 명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외국영화의 매출액 평균(769억 원)과 관객 수 평균(924만 명) 대비 각각 38.5%, 32.5%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총 매출액은 59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326억 원) 감소했다. 팬데믹 이전 평균(9287억 원)의 64.4% 수준이다. 총 관객 수는 6075만 명으로 전년 대비 3.3%(204만 명) 감소했다. 팬데믹 이전 평균(1억1323만 명)의 53.7% 수준이다.
'범죄도시3'ㆍ'서울의 봄' 등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지만, 중소규모로 제작돼 300~500만 명 정도의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가 드문 한 해였다. 한국영화의 허리를 지탱할 이른바 '중박 흥행' 영화의 부재다.
여름 시장과 추석 연휴 기간까지도 대목에 걸맞은 흥행작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여름 대목인 8월 첫 주에 동시 개봉한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8월 매출 기준 100억 원을 넘기지 못했다. 누적 관객 수 역시 각각 105만 명, 51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외국영화 기준 흥행 1~3위는 '엘리멘탈',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였다. 이 3편의 애니메이션은 전체 흥행 기준으로도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 다음을 차지하며 전체 흥행 상위 5위권에 포함됐다.
영진위 관계자는 "통전망이 가동된 2004년 이래 연간 전체 흥행 상위 5위 안에 애니메이션 영화가 3편이나 포함되는 것은 최초의 일"이라며 "그 범위를 10위권으로 넓혀도 애니메이션 영화가 3편씩 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더 마블스', '플래시' 등 마블과 DC 코믹스 기반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 5년간 전체 흥행 10위권 기준으로 많으면 4편씩까지 이름을 올렸던 슈퍼히어로 영화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