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사실상 폐지’ 공언한 정부…법 통과 못 하면 ‘도루묵’ [갈림길에 선 안전진단①]

입력 2024-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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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안전진단 규제를 걷어낼 기세다. 당장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때 안전진단 없이 착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안전진단을 뒤로 미루기 위해선 재건축 관련 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바꿔야 한다. 야당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만큼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 수준으로 타협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에서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 방안을 내놨다.

입주민의 동의만 얻으면 재건축 절차를 시작하고, 안전진단은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 받도록 해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재건축 패스트트랙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중복으로 적용하면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가량 줄어든다는 계산을 내놨다.

문제는 안전진단을 재건축 절차상 뒤로 미루기 위해선 도정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도정법에 따르면, 안전진단을 통과해야만 정비구역 입안을 할 수 있다. 이후 정비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신청과 설립을 마무리해야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안전진단을 통과 못 하면 재건축은 시작도 못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계획과 달리 도정법 개정 전망은 어둡다. 더불어민주당은 1·10 대책 발표 직후 “막무가내식 규제 완화는 집값을 띄울 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 위배된다”며 “명백히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야당과 아무런 소통 없이 즉흥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당정과 민주당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법안(재초환법)과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 통과를 놓고 1년 내내 대립했다.

그 결과 재초환법은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정부가 제안한 원안에 못 미치는 합의안이 통과됐고, 재초환 수혜 대상이 대폭 줄어들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은 해를 넘기면서까지 여야가 논의를 이어갔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초 정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공언했고 시장은 정부 말만 믿고 실거주 의무가 남은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주요 단지 분양·입주권 실거래 활성화됐다가 쪼그라드는 등 혼란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오는 4월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총선용 포퓰리즘 대책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토부는 다음 달 관련 내용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선 전 법안을 심사할 법안 소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총선 후 현행 국회의 임기가 만료돼 21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다만 법안 통과 전망과 관련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사이에) 도정법 개정에 대한 기본정신이 합의돼 있으니 발표한 내용은 국회 통과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후 순위로 미루는 도정법 개정이 현행 정치 지형상 어려운 만큼, 정부가 대안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계획대로 법을 바꾸긴 어렵다”며 “정부가 손댈 수 있는 안전진단 관련 시행령 개편으로 사업시행 속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선에서 규제를 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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