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선·현물 ETF 제동에…혼란한 증권가, 분노하는 개미

입력 2024-01-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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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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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보장번호(SSN) 있는 사람 중 미국 증권사 계좌 소유한 사람도 많거든요. 이 사람들이 미국 증권사 통해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할 수도 있잖아요. 대마 합법국에서 대마를 피우면 국내에서는 불법인 것처럼 비트코인 현물 ETF도 거래하면 금지할 것도 아닐 텐데. 국내 증권사만 혼선을 겪어야 하는 것 같아서 답답합니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국내 자본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각)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지만, 우리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를 허용하지 않아서다. 이에 거래를 준비하던 증권사도, 상품출시를 기대하던 운용사도, 투자를 고민하던 투자자들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준비되지 않았던 대응이었던 만큼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뒤늦은 당국 발표에 증권가 ‘발칵’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 DB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카카오페이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현물 ETF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모든 증권사의 중개 거래가 막힌 셈이다.

증권사들은 당국의 뒤늦은 금지 발표와 모호한 지침에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미국 프리마켓 개장 직전에서야 당국이 중개 금지를 발표해서 당황스러웠다”며 “허용되려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럴수록 업계 혼란만 커질 것 같아서 검토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서는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없어 증권사별로 거래 가능 여부가 제각각으로 엇갈리기도 했다. 현재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비트코인 선물 ETF까지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이 경우 지난해 서학개미가 2509만 달러 사들여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2X BITCOIN STRATEGY ETF’(BITX)도 신규 매수가 제한됐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가상자산 관련 ETF 출시를 기대하던 자산운용업계도 실망감이 컸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서학개미가 선호하는 3배 레버리지 ETF 상장도 안 돼서 상품출시를 못 한다”며 “계속해서 규제만 느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2배 레버리지와 곱버스 상품만 출시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해외에서 출시된 3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의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가 대표적이다.

“흥선대원군도 울고 가겠네”…거래 막힌 서학개미 ‘분노’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에 환호하던 서학개미도 분노했다. 이들은 비트코인 선물 ETF는 거래할 수 있으면서 현물만 허용하지 않는 당국 결정이 이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미국에서 승인 결정이 다 나고 한참 뒤에 투자를 못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는 오래전부터 이슈였던 만큼 미리 논의하고 결론을 발표해 투자자들이 실망하지 않게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당국의 이번 조치는 개인 투자자보단 법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행법상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 개설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그림자 규제를 통해 사실상 계좌 개설을 할 수 없어 기관과 법인의 가상자산 직접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현물 ETF 상장 및 국내 증권사의 거래 중개는 거래소 사용이 불가능한 국내 법인과 기관에 비트코인 직접 투자와 가장 가까운 투자수단을 제공할 수 있었는데 당국 조치로 차단되면서 국내 법인과 기관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2017년 금융위원회가 금융투자협회에 준 유권해석인 ‘가상자산을 파생상품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에서 아직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화 이슈 등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장려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당국의 조치가 ‘금지’보다는 ‘보류’인 만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합리적인 조치가 곧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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