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중심 파월스트리트는 이른 아침부터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부터 11일까지 열리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규모의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위해 각국에서 모여든 인파다.
매년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올해로 42회를 맞이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발표 기업은 614곳으로 1983년 첫 번째 행사를 개최한 이래 최대 규모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하면 약 8조2000억 달러(한화 1경740조 원)에 달한다.
외형만 커진 것은 아니다. 기업과 기업, 기업과 투자자 등의 1대 1 미팅 요청 건수도 총 3만2000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산업에 쏠리는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메인 행사장인 웨스틴세인트프란시스호텔은 입구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 2층의 그랜드볼룸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다. 그만큼 발 디딜 틈 없이 청중이 가득 찼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하면 서있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참가자들로 빼곡한 현장은 피부에 와 닿는 뜨거운 열기가 생생했다.
마이크 가이토(Mike Gaito) JP모건 헬스케어 투자 총괄은 개회사를 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단 점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라면서 “올해는 인수·합병(M&A) 및 자금 조달을 회복하고, 신약 개발과 제조까지 전반적으로 인수자와 투자자가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행사를 맞아 존슨앤드존슨이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 엠브룩스바이오파마를 20억 달러(2조6300억 원)에, MSD가 이중 특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하푼테라퓨틱스를 6억8000만 달러(9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를 시작으로 노바티스, 암젠, 존슨앤드존슨, 리제네론, 화이자, 모더나, 머크 등 손꼽히는 글로벌제약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차례로 발표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다양한 계약을 포함한 지난해 성과를 공개하고, 올해의 목표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바스 나라시만(Vas Narasimhan) 노바티스 CEO는 “우리는 핵심 치료 영역과 기술 플랫폼에 걸쳐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5개 이상의 전략적 계약을 체결했다”라면서 “총 60억 달러(약 7조9000억 원)가 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둘째 날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셋째 날에는 셀트리온이 그랜드볼룸 무대에 올라 글로벌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SK바이오팜과 롯데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카카오헬스케어는 9일 아시아태평양 세션에서 발표한다.
그랜드볼룸 외에도 웨스틴세인트프란시스호텔의 곳곳에서 다양한 기업의 발표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사노피, 이뮤노반트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과도 협업하고 있는 회사들이 눈에 띄었다.
8000명 이상이 몰려든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로 주변 식당과 카페는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북적이는 호텔을 벗어나 미팅할 장소를 찾는 이들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마약중독자와 노숙자의 급증으로 심각하게 악화한 샌프란시스코의 치안은 대낮에도 경계심을 곤두세우게 만들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