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선 예측 불가…수험생·학부모 부담 가중”
올해 9월 수시모집부터 눈치싸움 극심해지나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올해 고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무전공 모집을 확대하는 방안을 속속히 추진하는 가운데 입시업계에서는 결국 대입 불확실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합격선을 예측할 수 없는 무전공 입학 확대가 대입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8일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무전공 선발 확대가 선택지는 늘게 돼지만 참고할 수 있는 과거 합격 점수 데이터가 없다 보니 당장 올해 9월 수시부터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선 당장 6월 모의평가를 보고 난 후 대학을 결정해야 하는데, 무전공 입학 확대는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보단 입시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 그간의 통계 자체를 다시 세팅해야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전공 1학년을 추후 대학이 어떻게 ‘그룹핑’ 하느냐에 따라서도 합격선이 달라진다는 점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그룹핑’에 따라 전공 유불리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임 대표는 “대학 내에서 '어떤 과들을 묶어 연합체 학과로 만드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역시 “무전공 1학년 이후, 완전히 100% 무전공으로 풀어줄 건지, 일부 제한을 둘 건지 등 각 대학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합격선을 종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무전공 선발은 수시보다는 정시에 집중될 전망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은 전공적합성을 보기 때문에 수시에서 무전공으로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에 경희대와 세종대 등 기존에 통합 선발(무전공 선발)을 하는 대학들은 수시는 학과별로 뽑고, 무전공은 정시에서 모집한다”고 밝혔다.
모집 규모가 커지면 수험생들의 지원이 상위권 대학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소장은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소위 주요 대학으로 ‘쏠림 현상’이 강화돼 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대학은 “무전공 선발을 성급히 늘리지 말고 전과제도를 활성화하자” 등의 제안을 교육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소장은 “전과제를 확대할 경우 학생들이 과거에는 학과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지고 ‘전과를 해도 된다’라는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대학 서열화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당장 올해부터 수도권 대학은 모집정원의 20%, 국립대는 25%를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국립대육성사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올해 고3이 되는 학생을 비롯한 수험생들에게 '무전공 입학 확대'가 대학입시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로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이 2025학년도 입시에서 무전공 또는 자유전공 모집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