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두 달째 고금리 여파로 소비·투자 등 내수 부문이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부진은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8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 "고금리 기조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모두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내수 둔화에도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 완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전달 '12월 경제동향'에서 작년 3월 이후 9개월 만에 '내수 둔화'를 직접 언급했는데 이달에도 내수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비의 경우 상품 소비와 서비스 소비 부진이 고금리 기조로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11월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년보다 0.3% 줄어 전달(-4.5%)보다는 감소 폭이 축소됐지만 이는 2022년 이태원 참사로 인한 소비 위축에 따른 기저효과와 승용차 할인행사 등 일시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고 KDI는 설명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상품소비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1.9%)도 숙박⋅음식점업(-3.3%)과 도소매업(-1.5%)을 중심으로 낮은 증가율(전년대비)을 기록했다.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는 0.1% 줄었다. 서비스 소비가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높은 수준의 반도체 재고와 고금리 장기화로 설비투자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 11월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11.9% 줄었다. 전월(-9.9%)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건설기성(투자)도 작년 들어 부진했던 건설수주의 영향으로 증가율이 10월 3.5%에서 11월 1.4%로 축소됐다.
KDI는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고용 증가세와 물가 상승세도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1월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27만7000명 늘었지만 전월(+34만6000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서비스업(+38만8000명→+24만90000명) 취업자가 내수 둔화 영향으로 숙박⋅음식점업, 정보통신업 등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축소된 탓이다.
내수 부진 지속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3.3%)보다 낮은 3.2%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부진 완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576억6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늘어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 수요의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21.8% 늘어 증가폭이 확대됐다. 자동차 수출도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17.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