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쌍특검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예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이 청구되더라도 각하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재의요구권이 권한쟁의심판 청구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검토에 들어갔다. 이르면 8일 헌재에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한쟁의 심판은 헌법상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놓고 다툼이 생기면 헌재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윤 대통령은 5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혜 의혹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야권의 일방적인 특검법 통과는 그동안 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처리해온 관례에 비춰볼 때 헌법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통령의 가족이 연관된 법안에 대통령이 직접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있는지 권한쟁의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의 쟁점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이 절차에 적법한지와 법안 자체가 위헌적인지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지라도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이 인정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며 절차상 문제를 다룰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애초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심의를 거치거나 내부 절차를 밟는 등 다른 요건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차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대통령의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듯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적인 비난은 가능하지만 권한의 오남용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을 재의결하려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기존 법률안 통과 기준보다 더 까다로워지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최종 결정에 다수의 의견을 모으라는 취지다. 이때 재의결되면 대통령은 더 이상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 폐지된다.
따라서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재의결 절차를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재의결에 실패한 이후 시점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 헌법재판소는 청구를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에서 정해둔 재의결까지 거치며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때문이다.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은 절차 위반의 소지가 없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은 각하될 가능성이 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유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의 헌법학자는 “현재 거부권이 논란이 되는 것은 대통령의 가족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이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가 법률안의 위헌성 때문인지 또는 특정인의 이익 때문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