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내놓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 자구안이 채권단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행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은 법정관리 진행 시 우발채무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불어나 기업청산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에선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담을 느낀 금융권이 현 수준의 자구안을 수용해 회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란 견해도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업회생 또는 청산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내부에선 태영건설의 불성실한 태도가 '제 발등을 찍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뼈를 깎는 자구책이 아닌, 다이어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구안을 내놨다는 게 그 이유다.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과 태영그룹이 보유한 SBS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상환 노력도 부족하단 평가다. 이 때문에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자구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H 은행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본사 차원에서 지속해서 부인했던 워크아웃 관련 입장을 2주 만에 뒤집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후 내놓은 자구안도 알맹이가 없다"며 "어떤 말도 믿을 수 없다는 게 업계 내부의 반응이다. 채권단이 받아주지 않고 법정관리로 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N 은행 관계자도 "태영건설의 태도는 한마디로 뻔뻔하다"며 "태영그룹이 SBS 대신 건설을 포기하고, 나머지 계열사를 분리해 '지킬 것만 지키겠다'는 무책임한 스탠스로 나올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만일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기업청산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알려진 우발채무 이상으로 상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는 실제 가치보다 높게 형성된다. 최초 보증 단계에서 미래 사업성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단계에선 PF 채무만 상환하면 되지만,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분양 사업장의 중도금 대출 등도 채무로 잡힐 수 있다. 채무 처분 시에도 착공 이후 중단된 프로젝트 등은 훨씬 낮은 가격에 처분이 불가피하다.
황규완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업생태계 팀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우발채무 규모가 지금과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현재 장부상 올려놓은 가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채무 실사 이후에 현재 판매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고, 기업청산인지 회생인지는 그제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채권단이 '항복'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태영건설 부도 시 협력사와 업계의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S 은행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을 부도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며 "이를 뒷배 삼아 채권단이 양보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압박감을 느낀 채권단이 용단을 내려 현재 자구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법정관리를 통한 기업청산은 금융권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