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디스카운트 해소하려면 약탈적 상속세 손봐야

입력 2024-0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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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과도한 부담의 과세가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한다면 시장원리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고도 했다.

금투세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도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야 합의를 통해 2025년으로 시행을 2년 미뤘다.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 원 이상일 경우 20%(지방세 포함 22%), 3억 원 초과 경우 25%의 세금을 매기는 구조로 돼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방책으로 금투세를 눈여겨본 것은 일리가 있다.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은 양도세만 내는 미국 등 다른 주요국과 달리 증권 거래세를 부담하고 있다. 연도별 거래세 세수 규모는 2020년 8.8조 원, 2021년 10.3조 원, 2022년 6.3조 원이다. 여기에 금투세가 추가되면 허리가 휘게 마련이다. 조세 저항은 커지고 부의 유출은 심화할 것이다.

금투세를 손대는 것은 행정부 단독으로 할 수 없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폐지가 쉬울지, 아직 알 수 없다. 정책 신뢰 등의 논란이 따를 것이고 포퓰리즘 공방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본시장을 옥죄는 이중의 부담을 못 본 척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선제적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분석자료를 종합하면 한국 증시의 저평가 수준이 한눈에 드러난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PBR은 주요국의 반 토막 안팎에 그친다. 코스피 주가지수가 고공행진을 한 2021년 자료를 봐도 국내 평균 PBR은 1에 가깝게 측정된다. 자본과 시가총액이 거의 같다. 기업 미래가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뜻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비교하면 TSMC의 PBR이 5배 가깝게 많다. 한국 간판급마저 이렇게 저평가되는 판국에 금투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어떤 후폭풍이 불지 모른다. 일본과 대만이 지난 1980년대 금투세를 도입했다가 주요 지수가 60%, 40% 하락하는 자본시장의 횡액을 겪은 사례도 돌아봐야 한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진정 급하고 본질적인 것은 따로 있다. 약탈적 상속세다. 현행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50%로, 최대 주주에는 20% 할증까지 더해져 실제 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세계적으로도 최고 세율이 높은 편인 프랑스(45%) 미국(40%) 독일(30%)은 물론이고 명목상 1위인 일본(55%)도 앞지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최고세율 14.5%는 견줄 것도 못 된다.

이 과중한 부담은 이건희 선대회장 사후 12조 원의 세계 최고 상속세를 물게 된 삼성 일가만 짓누르는 게 아니다. 한국 증시도, 시장경제도 초토화하고 있다. 자산 가격 상승과 고령화로 일반 가계도 파고에 휩쓸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물론 상속세를 손대는 것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회피가 능사일 수는 없다.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해 미래지향적 해결책을 찾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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