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연동제는 수탁기업과 위탁기업 간 계약 기간에 주요 원재료 등의 가격이 변동하면 이를 납품대금에 반영하도록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해외 원자재 가격이 출렁임에도 대기업(위탁기업)이 널뛰는 가격을 중소기업(수탁기업) 납품대금에 반영하지 않아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제도 도입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그러고선 14년이 걸려서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이 작년 10월 4일부터 시행됐다.
납품대금 연동제의 본격 시행으로 주요 원재료가 있는 수·위탁거래 계약 체결·갱신 기업들은 연동 약정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시 연동에 관한 사항을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또 위탁기업은 연동에 관한 사항을 약정서에 적어 수탁기업에 발급해야 한다.
몇 가지 핵심 변화를 보면 우선 일회성 혹은 단발성 거래도 연동제의 적용 대상에 속하게 됐다. 여기서 뜻하는 단발성 거래는 거래 기간이 90일을 초과하는 주요 원재료가 있는 수·위탁거래라야 한다. 또 변경하는 계약이 기존 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을 고쳐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을 때는 이를 새로운 계약으로 보고 연동에 관한 사항을 다시 협의토록 했다. 연동 약정 예외사유 중 위탁기업이 소기업이면 1억 원 이하 소액 계약 혹은 90일 이내 단기 계약의 경우 연동 약정 체결 의무가 없어 미연동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중소기업계의 불합리한, 불공정 계약 관행은 악습처럼 반복돼 온 것이 사실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매년 수백 건 이상의 납품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거래 기업이 적발되는 게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중기부는 상생협력법에 따라 매년 수·위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바로 잡기 위해 위탁기업 3000개사, 수탁기업 1만2000개사를 대상으로 정기 실태조사를 해오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실시한 2022년도 실태조사를 보면 상생협력법 위반 의심기업으로 적발된 곳이 708개사다. 이들 중 697개사가 지방중소벤처기업청의 행정지도를 통해 미지급 납품대금 등 99억 원가량을 수탁기업에 지급하는 등 자진 개선했다. 또 적발 기업 중 7곳은 최종 개선요구 시정조치에 응하지 않아 중기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관련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2021년에도 이렇게 적발된 기업은 747개사였고 743개사가 자진 개선을 통해 미지급 납품대금 약 104억 원을 수탁기업에 지급했다.
계도기간의 종료로 제도 위반 시 이제는 벌점에 과태료가 부과된다. 위탁기업이 연동에 관한 사항을 적지 않고 약정서를 발급하면 1000만 원의 과태료, 제재처분의 유형에 따라 1.5~2.0점의 벌점이, 또 위탁기업이 연동제 적용을 부정한 방법으로 회피하는 탈법행위를 하면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 5.1점의 벌점이 부과될 수 있다.
7월부터는 납품대금 연동 탈법행위 분쟁에서 입증 책임을 수탁기업에서 위탁기업으로 전환하고, 수·위탁거래 불공정 행위 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확대하는 등의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또 이달 9일부터는 수탁기업이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대행협의를 할 수 있어 좀 더 쉽게 납품대금을 조정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엄정한 제도 시행은 물론 개선되는 사항들을 수탁기업이 지혜롭게 활용해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불공정 거래 관행이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spd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