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상장 미션 완수 못한 11번가도 매각 대상
‘이마롯쿠’ 신조어…터줏대감 신세계ㆍ롯데까지 추월
올 한 해 유통업계는 이커머스발(發) 지각변동이 두드러졌다. 실적 상승세를 탄 쿠팡은 첫 연간 흑자 달성이 확실하다. 반면 경쟁 이커머스인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는 싱가포르 이커머스기업 큐텐에 팔렸고 11번가도 매각 기로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도 쿠팡의 기세를 이기지 못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통 공룡’은 단연 쿠팡이다. 쿠팡은 작년 3분기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낸 이후 올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 1146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 증가한 8조1028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였다. 쿠팡의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448억 원으로, 작년 3분기까지 2288억 원의 영업손실이 무색할 정도다.
반면 쿠팡 외 이커머스들은 ‘시련의 한 해’였다.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에 팔렸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2009년 이베이에 G마켓을 팔고 2010년 설립한 글로벌 이커머스사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뒀다. 작년 티몬을 인수한 큐텐은 잇달아 국내 이커머스사를 흡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11번가도 매각 이슈로 인해 뒤숭숭했다. 연내 기업공개(IPO)가 좌초된 11번가는 투자금 상환을 위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2018년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은 이후 5년 내 상장 약속을 지키지 못한 탓이다.
매각도 요원하다. 당초 큐텐이 11번가를 탐냈으나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측과 막판 협상에서 불발됐다. 이후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고 결국 재무적 투자자(FI)가 11번가의 운명을 판가름 짓게 됐다. 11번가의 FI는 이달 중순부터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FI는 SK스퀘어의 지분 80.3%까지 묶어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
전통의 유통 명가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자존심을 구겼다. 쿠팡의 약진에 ‘이마롯쿠(이마트·롯데·쿠팡)’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지만, 롯데 유통부문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롯데쇼핑의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0조92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줄었다. 롯데도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이달 초 부산에 영국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최첨단 자동화 물류센터인 고객 풀필먼트 센터(Customer Fulfillment Center)를 지은 것이 신호탄이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쿠팡에게 연결기준 분기 매출을 추월당했고 수익성도 별로다. 올 3분기 연결기준 이마트 매출액은 22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6억 원으로 68.6%나 줄었다. 이에 2024년 신세계그룹 임원인사에서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가 동시에 물갈이됐다.
한편 쿠팡의 약진 속에 중국발 이커머스의 존재감도 뚜렷했다. 중국 직접구매(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테무, 쉬인 등의 점유율이 커졌다. 특히 알리는 △합리적 가격 △현지화 전략 △물류 개선 등을 앞세워 이용자 수를 늘렸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이용자 수는 11월 707만309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6.2%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