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원안가결률이 거의 1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와 경영진 감시를 통해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할 사외이사가 여전히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하 공시집단)의 지배구조 현황' 분석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올해 5월 지정 82개 공시집단 중 신규 지정 집단(8개) 및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73개 집단 소속 309개 상장회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1.5%로 작년보다 0.2%포인트(p) 줄었지만 여전히 과반을 유지했다.
회사당 평균으로는 3.2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상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금융회사)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는 3명 이상 및 이사 총수의 과반수, 기타 상장 회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의무가 있다.
법상 의무 기준을 초과해 선임된 사외이사는 회사당 평균 0.38명(전체 118명)으로 전년에 비해 평균 0.02명 줄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6.6%로 전년보다는 1.2%포인트(p) 하락했고, 최근 1년간 이사회 안건(7837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7782건)로 전년과 동일했다.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의 비중은 55건(0.70%)에 불과했다. 경영진을 감시하는 사외이사가 여전히 '거수기'나 '예스맨'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64개 총수 있는 공시집단 소속회사 2602곳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6%(433곳)으로 전년보다 1.2%p 늘었다.
총수 본인 이사 등재회사 비율도 4.2%에서 4.5%(118곳)로 0.3%p 증가했다. 전체 등기이사(9220명) 가운데 총수 일가 비중도 6.2%(575명)로 전년보다 0.6%p 늘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이사 등재회사 비율과 전체이사 중 총수 일가 비중은 2019년 이후 4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닥 올해 처음으로 소폭 증가했다"며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총수 일가는 주력회사(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ㆍ해당 회사가 지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에 집중적으로 등재가 돼 있었다.
주력회사 중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45.0%,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중에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35.5%로 전체 회사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16.6%)를 크게 웃돌았다.
상장회사 모두 법상 최소기준을 상회해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했다. 특히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위원회 설치회사 비율이 52.1%로, 최초로 관련 통계를 집계했던 2021년(17.2%)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비재무적 성과를 중시하는 ESG 경영에 대한 인식 제고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주주총회에서의 소수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한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6.4%를 기록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