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기념 두 주연 배우 내한 "영화에 대한 응원 감사해"
쿠로카와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지 생각하고, 찾아갈 것"
히이라기 "실제 LGBTQ 만나 감정·느낌 등 물어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괴물'이 누적관객수 30만 명을 돌파했다. 그가 연출한 국내 개봉 일본영화 중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1일 영화의 주연 배우인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가 내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두 배우는 "서울에 도착했는데 너무 추워서 놀랐다"며 "하지만 한국 관객들이 따뜻한 목소리로 많이 응원해줘서 우리도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괴물'은 초등학교 5학년인 미나토와 요리의 관계성을 통해 이성애 중심주의에 균열을 내고, 아이들이 생각하는 저마다의 가치를 억압하는 괴물이 누군지 묻는 영화다.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는 최근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몬스터 버스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에서 쿠로카와는 '미나토', 히이라기는 '요리' 역할을 맡았다. 두 배우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빛나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고 느꼈다"라며 "오디션 과정에서 이미 미나토와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역할에 대해 쿠로카와는 "미나토는 굉장히 생각하는 게 많고, 신경 쓰는 게 많은 인물이다. 어디에든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지만 매우 친절하고 상냥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이라기는 "처음 각본을 읽었을 때, 요리는 뭔가 붕 뜬 느낌이 있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왠지 즐거워 보이는 사람 같았다"고 전했다.
한국에서의 흥행에 대해 쿠로카와는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분이 봐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일본이나 한국이나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 점이 기쁘다"고 답했다.
영화에서 미나토와 요리는 서로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사랑이라고 말하는 순간, 사회로부터 자신들의 존재가 부정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괴물은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사회, 아이들에게 편협한 가치관을 주입하는 어른, 타인의 존재를 조롱하는 친구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괴물'을 찍으면서 두 배우에게 LGBTQ(성소수자)를 교육하기도 했다. 두 배우는 "촬영하기 전에 LGBTQ 전문가 선생님에게 교육받았다"며 "실제로 LGBTQ 분들을 만났고, 이럴 땐 어떤 감정이었는지 물어보는 등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히이라기는 "간단히 말하면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쿠로카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될지 생각하고, 찾아가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에 관해 쿠로카와는 "촬영했을 때와 굉장히 다른 영화로 보였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는 했는데, 마치 출연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히이라기는 "'이 연기를 내가 한 게 맞나?'라는 생각에 놀랐다"라고 답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많은 스태프, 감독, 쿠로카와 군과 함께 촬영했던 영화가 드디어 완성됐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고 감동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에 대해 쿠로카와는 "하굣길에 미나토가 요리에게 '오늘 미안했어'라고 하면서 자신의 운동화를 한쪽 빌려주는 장면이 있다. 둘 다 운동화를 한쪽씩만 신고 총총 뛰어가는데,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고 답했다.
히이라기는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밝은 미래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며 "동시에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두 사람은 한국 관객들에게 "다시 보면 새로운 발견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훌륭하고 깊은 의미가 있는 영화"라며 "영화를 보고 나면 정답 맞히기를 하고 싶어진다. 한 번 더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