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총지출 예산을 정부안과 동일한 규모로 통과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대로 총지출 예산이 통과되면 윤석열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유지된다.
그러나 쟁점 예산인 연구개발(R&D),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예산 등은 야당의 입장이 반영돼 늘어나게 된다. 정부·여당은 '명분'을, 야당은 '실리'를 각각 챙긴 셈이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내년도 총지출 예산을 정부안 대비 4조2000억 원 감액ㆍ4조2000억 원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정부가 제출한 총지출 예산인 656조9000억 원과 동일한 것이다.
당초 야당이 증액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정부안 대비 총지출 예산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빗나간 셈이다.
여야 합의에 따라 21일 내년도 총지출 예산이 정부안인 656조9000억 원으로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 국회의 순증액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원칙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국회에서 가진 예산안 처리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 예산안보다 지출이 더 순증액 되는 부분은 정부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서로 협의·조정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사실상 긴축재정을 의미하는 건전재정 기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내년도 총지출 예산의 증가율(올해대비)을 2005년 이후 역대 최저인 2.8%를 적용했었다.
내년 국가채무 정부안대로 1196조2000억 원,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0%가 될 전망이다. 여야가 국가채무와 국채발행 규모를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야 합의로 정부·여당으로선 '건전재정'이란 명분을 챙기게 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쟁점 분야 사업 예산을 늘리면서 실리를 챙겼다. 특히 R&D 예산 경우 정부안 대비 증액된다.
앞서 정부는 나눠먹기식, 뿌리기식의 부실 사업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해 내년 R&D 예산을 올해보다 5.2% 줄인 25조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에 야당과 과학계가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여당도 이런 지적에 일부 공감하며 연구자 고용 불안 해소, 차세대 원천기술 연구 보강 등을 위해 총 6000억 원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다만 정부안 대비 6000억원을 증액해도 내년 R&D 부문 지출은 올해(31조1000억 원)보다 순감한 26조5000억원 수준에 머문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분류되는 지역화폐 예산은 2년 연속으로 국회 심사 과정에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 역시 야당이 크게 반발하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내년 3000억 원 규모 배정이 결정됐다.
정부가 대폭 삭감했던 새만금 관련 예산의 경우 입주 기업의 경영 활동 보장 사업 등에 3000억 원을 증액한다. 새만금 예산 복원을 외친 민주당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