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권은 경기침체 속에 유일하게 수익성을 늘리며 성장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합계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약 16조5328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15조850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전년도보다 6823억 원 늘어난 규모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린 가운데서도 얻은 호실적이다.
올해는 단순히 수익성을 늘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체질 개선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전념한다. 지난해 횡령으로 인한 내부통제,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손실 등 숙제를 남겼다.
금융권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다. 펀드 불완전 판매,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와 임원의 내부통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최종책임자를 특정해 임원이 본인의 권한을 위임하더라도 책임은 위임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자이익을 통한 수수료 수입에서 탈피해 수익 다변화에도 집중한다. 결국, 돈을 벌 수 있는 신사업과 해외진출 강화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해외 사무소나 지점을 확대하는 차원이 아니다. 글로벌 현지 금융기관에 직접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다각화하는 게 관건이다. 하나금융이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 BIDV의 지분 15%를 인수해 현지 장악력을 늘리고 있는 게 좋은 선례다.
은행권은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는 업권 중 하나다. 은행권은 2020년 1077명, 2021년 1248명, 2022년 1662명, 2023년 2400명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계속 해왔다. 지방은행과 국책은행의 채용규모를 더할 경우 지난해 전체 은행권 채용규모는 3700명에 달한다.
고금리로 이득을 본 은행권은 상생금융에도 앞장서고 있다. 번 만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취지다. 은행권은 최근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원+α’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사업자 약 187만 명에게 1조6000억 원(인당 평균 85만 원)을 이자환급(캐시백)하고, 기타 취약계층을 위해 4000억 원을 지원한다.
수익성 지표를 높여야 한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국내 은행 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5.2%, 총자산이익률(ROA) 0.4%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ROE, ROA가 각각 10.2%, 1.5%를 보이며 캐나다는 ROE, ROA가 각각 16.8%, 1.1% 등이다. 국내은행 수익성이 주요국 은행들의 절반 또는 그 이하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이자수익에 집중된 수익 구조를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며 “수수료를 높이기 어려운 국내 특성상 다양한 신사업과 해외진출을 통한 수익 다변화와 함께 금융 선진화가 중장기 성장의 필수요소”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