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세대간 부 양극화 심화…미국, 전체 자산서 노인 비중 사상 최고

입력 2023-12-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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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2019년 이후 14조 달러 자산 축적
팬데믹 기간 집값·주가 상승 영향
40~69세 자산 비중은 줄어
데이터가 노인 빈곤층 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미국 100달러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100달러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세대 간 부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미국 전체 자산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분기 기준 70세 이상 인구는 미국 전체 자산의 30.4%를 차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발표한 데이터에서도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5년 출생)는 2019년 이후 14조 달러(약 1경8188조 원) 이상의 순자산을 추가로 축적했다. 이들은 미국 전체 인구의 11%에 불과하지만 자산 측면에서는 역사상 가장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반면 생애주기 중 소득이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40~69세의 자산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미국 전체 자산의 23.4%를 차지했던 40~54세는 3분기 20.5%까지 쪼그라들었다. 55~69세의 비중도 45.2%에서 42.4%로 줄었다.

더 긴 기간을 잡고 보면 노년층의 자산 증가는 더욱 두드러진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89년 이래 25년간 70세 이상 미국인의 총자산은 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55세 미만의 자산은 2.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인들의 자산 증가 배경에는 팬데믹 기간 집값과 주가 상승이 있다. 이미 주택을 한두 채 보유하면서 그동안 모아 온 돈으로 주식·펀드 등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이후 70세 이상 미국인은 주식에서만 5조 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장사 주식과 뮤추얼펀드 자산에서 고령층 비중도 3분기 38%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랠리로 이어지면서 3분기에도 주식 보유자들의 이익은 계속 증가했다.

7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19%는 여전히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7년의 11%에서 약 두 배 커진 것이다. 정규직 근무 비율도 47%에서 62%로 크게 뛰었다.

다만 데이터가 실제 불평등을 은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고령층 내에서도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빈곤층에 속한다”면서 “수백만 명의 노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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