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민생 법안을 논의하는 '2+2 협의체'의 세 번째 회의를 19일 개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국회 상임위원회와 정책위원회 등의 차원으로 특성화시켜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2+2 협의체'의 세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6일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12일 각 당에서 신속히 처리하고자 하는 법안을 10개씩 가져와 논의를 시작했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양당이 제출한 10개 법안 리스트에서 전반적으로 다 한 번씩 의견을 교환했지만, 합의에 이른 부분은 없다"며 "상임위 간사들과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상임위 간사들과 정책위 간 논의가 필요할 경우에 좀 더 특성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은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과 국민의힘이 제출한 법안 전체적으로 각각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며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각 상임위 간사들과 논의하기로 했고,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각 당에서 해서 다음 회의 때 다시 만나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2+2 협의체 회의에서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법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 부산 이전을 위한 한국산업은행법 △우주항공청 설치법 △개식용 금지 및 폐업 지원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과 관련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대형마트의 영업규제 시간 중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의료법 △부실시공 처벌을 강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 등을 이용한 공사 방해를 제재하는 건설기계관리법 △화물자동차 표준운임제 도입을 위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10가지 법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서민을 대상으로 법정 최고 이자율 초과 시 계약을 무효화하는 이자제한법 △소상공인 사업주를 지원하기 위한 소상공인 3법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전세사기 피해자 선(先) 구제 방안이 보장된 전세사기 피해 구제 특별법 △주요 농산물 가격 안정제 도입을 위한 농수산물 유통·가격안정법 △폭염·한파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과로사 예방과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과로사예방법 △독점적 지배력을 갖는 온라인 플랫폼의 행태를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법 △가맹본부의 갑질 근절을 위한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지역의료격차 해소 및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국립공공의료보건대학 설립·운영 관련 법안 등 10개 법안을 제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법·우주항공청법·산업은행 이전법 등을 언급하며 협의를 촉구했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유예를 대단히 기대하고 있고,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산은법이나 우주항공청을 설치하는 우주항공청 특별법 등에서 성과를 냈으면 한다"며 "2+2 협의체가 성과를 내는 협의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전세사기 피해 구제 특별법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제시했던 온라인플랫폼법과 관련해 정부는 최근까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온라인플랫폼에 대해 자율규제를 주장해왔는데, 오늘 윤석열 대통령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규제가 필요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매우 환영한다"며 "다만 배달 앱이나 의료, 숙박 앱 등 각 영역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곳들이 있고, 거래를 공정하게 만드는 내용까지 포괄된 온플법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특별법과 관련해선 "처음 제정될 당시에 6개월 정도 지나면 보완 입법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들과 면담을 했는데, 선(先)구제 후(後)보상하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12월 중에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최근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 지역의사제 법안 등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것을 비판했다. 유 의장은 "최근 일련의 상황이 자칫 2+2 협의체의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며 "비록 상임위 차원에서는 단독 처리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만큼은 2+2 협의체 (대상) 법안임을 상호 인지해 심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법안소위에서 여러 가지 이견을 줄이지 못하고 민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2+2 협의체에서 의결된 사안까지를 포함해 협의하고, 법사위 추가 논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활용하는 것으로 제안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당 간에 견해차가 크지 않은 법안부터 우선해서 협의를 진행하고, 합의를 유도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여당에서도 전향적으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