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김한민 감독은 '노량: 죽음의 바다'를 끝으로 '이순신 3부작'을 완성한 소감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김 감독은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다. '명량'이 2014년이었고, '한산: 용의 출현'이 2022년이었다. 그리고 올해 '노량'이 나왔는데 시간이 금방 갔다"며 "유종의 미를 잘 거뒀으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영화를 만드는 의미를 정확하게 담아야 했다. 그렇게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명량' 때는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한산'과 '노량' 때는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촬영이 엎어질 수 있었다. 그걸 잘 뚫고 간 건 천운이었다"라며 "열심히 만들어도 운이 없으면 이렇게 쭉 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명량'은 누적관객수 17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역대 한국영화 시장 관객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산' 역시 누적관객수 700만 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노량'은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둔 '서울의 봄'에 이어 연말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감독은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님과 영화 개봉 전날 만나 토크를 했다. 그때 '서울의 봄'과 '노량'이 한국영화 점유율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높여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라며 "지금 '서울의 봄'이 흥행하고 있는데, '노량'이 잘 이어받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노량'은 아군도 적군도 없는 이전투구의 전쟁을 묘사했다. 전쟁의 참혹함과 정치의 비정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김 감독은 노량이라는 공간에 외란(外亂)과 내란(內亂)을 접목해 치열하면서도 정교한 전쟁영화를 만들었다.
김 감독은 "전쟁 액션이 10분을 넘어가면 힘들어서 못 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명량'에서 60분, '한산'에서 50분 그리고 '노량'에서 100분 가까운 시간을 해전에 투여했다"라며 "실제로 해전 속에서 이순신 장군의 생사관, 리더십 등이 가장 잘 드러났을 것이다. 그런 해전에 제대로 집중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작업이 굉장히 힘들었지만, 다행히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힘으로 장대한 규모, 시간, 에너지가 투여된 '노량'을 만들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의 설명처럼 '이순신 3부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해전'이다. 하지만 3부작으로 이어지면서 해전 장면이 자칫 지루하거나 동어반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각각의 영화에는 서로 다른 해전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량'의 해전을 통해서는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는 그 중심에 이순신이 존재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한산'의 해전에서는 치밀한 전략과 전술로 압도적 승리를 가져가는, 즉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공세와 승세로 가져가는 지점에 있는 이순신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량'에서는 모두가 반대하는 전투를 이순신이 왜 그토록 고독하고 치열하게 준비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별이 된 이순신을 바라보는 광해(이제훈)의 모습이 등장한다. 속편을 염두에 둔 에필로그 장면이다.
김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을 만들면서 임진왜란 7년사를 깊이 들여다봤다. 이 역사를 해전의 관점이 아니라 정치와 외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게 필요했다. 적어도 그러한 드라마를 준비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 드라마를 OTT 시리즈로 보여주면 좋겠다. 다만 영화는 우리에게 문화 주도권이 있지만, OTT는 또 달라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10년간 이순신을 생각하며 영화를 만든 김 감독에게 이순신이란 어떤 존재일까. 그는 "이순신은 내게 삶의 위안과 용기"라고 짧게 답했다.
끝으로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 배우에 대해 "용장과 지장의 모습을 겸비한 분위기의 희귀한 배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