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현재도 서울에 거주하는 35~49세 취업 기혼여성(유배우) 5명 중 1명은 자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17일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2020년)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출생지역과 현재 거주지역이 모두 서울인 35~49세 취업 기혼여성 중 19.2%는 출산자녀가 없었다. 무자녀 비중은 간헐적 취업자·휴직자(13.0%), 미취업자(11.4%)보다 각각 6.2%포인트(P), 7.8%P 높았다. 평균 출산자녀는 1.31명으로, 간헐적 취업자·휴직자(1.37명), 미취업자(1.47명)보다 적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전입한 여성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나, ‘서울 토박이’에 비해선 전반적으로 출산자녀가 많았다. 출생지역이 지방이고 거주지역이 서울인 여성들은 평균 출산자녀가 취업자 1.40명, 간헐적 취업자·휴직자 1.57명, 미취업자 1.56명이었다. 무자녀 비중은 취업자 19.3%, 간헐적 취업자·휴직자 10.1%, 미취업자 11.1%였다.
반면, 출생지역과 상관없이 현재 지방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경제활동 상태가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출생지역에 잔류한 지방 여성들은 경제활동 상태에 따른 평균 출산자녀가 취업자 1.66명, 간헐적 취업자·휴직자 1.70명, 미취업자 1.67명이었다. 무자녀 비율도 각각 11.2%, 9.0%, 9.1%로 비슷했다. 오히려 2자녀 이상 비중은 취업자(63.4%)가 간헐적 취업자·휴직자(62.5%), 미취업자(62.3%)보다 컸다.
지방에서 지방(타 시·도)으로 이주한 여성들도 평균 출산자녀가 취업자 1.60명, 간헐적 취업자·휴직자 1.63명, 미취업자 1.64명이었다. 취업자는 무자녀 비중(13.6%)이 다소 높았으나, 2자녀 이상 비중(61.6%)이 상대적으로 컸다.
서울에서 유독 워킹맘이 적은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얽혀있다. 먼저 서울 토박이 여성들은 전반적으로 혼인연령이 높다. 기혼여성 중 초혼연령이 35세 이상인 비중이 전국 평균은 5.6%였으나, 서울 출생·거주 여성은 7.5%였다. 일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혼인율이 떨어지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혼인율이 떨어진다. 서울 출생·거주 여성들은 교육수준이 4년제 대학 이상인 비중이 60.5%로 전국 평균(45.5%)을 15.0%P 웃돌았다.
특히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임신·출산에 따른 기회비용도 커진다. 이는 결혼을 했어도 출산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교육·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자녀 수보다 자녀 질을 더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또는 서울 특성상 자녀가 늘어나는 만큼 집 면적을 넓히기 어렵다. 이런 여러 요인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출생·서울 거주 여성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여기에 ‘친정이 멀다’는 문제도 있다. 그런데도 서울 출생·거주 여성들보다 출산자녀가 많은 건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 평가센터장은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주류적 특성은 결혼해 경기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서울에 잔류한 사람들의 속성을 살펴봐야 한다. 입시 단계부터 취업까지 치열한 경쟁을 겪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가족 친화적인 생각이 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