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 개념…남은 재고 아울렛 소진 및 재활용
실적 부진에 빠진 패션업계가 ‘재고자산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겨울 시즌임에도 최근 봄날씨를 방불케하는 따뜻한 기온 탓에 제품 판매가 둔화, 수익성 악화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요 패션업체(한섬·LF·F&F·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재고자산은 1조87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업체별 재고자산을 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은 652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LF는 49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고, 에프앤에프(F&F)는 3932억 원으로 20%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3376억 원으로 5% 늘었다.
패션업계에선 재고자산 증가는 악재나 다름없다. 재고가 늘수록 관리 비용 지출이 늘고, 패션업계 특성상 유행 및 계절이 지나 상품 가치가 떨어진 의류는 재고 처분도 쉽지 않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패션업체들이 골칫덩이인 재고자산을 처리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통상 가을·겨울은 패션업계 성수기로 꼽히지만, 올겨울 날씨가 워낙 따뜻한 탓에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도 부정적인 이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로 전년 동월 대비 3.3%를 상승했다. 특히 의류·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10월 5.7% 상승했다.
이처럼 잠재적 위협 요인이 다수 발생하자, 패션업계의 4분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섬의 4분기 매출은 4508억 원, 영업이익은 344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0.2%, 30%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LF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29%, 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는 공격적인 매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재고자산을 늘렸다는 입장이다. 전반적으로 생산량이 늘긴 했으나, 재고자산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짜내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LF 관계자는 “재고자산은 불확실한 수요 증가에 대비해 미리 비축해두는 것”이라며 “조만간 온라인 쇼핑몰과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통해 재고자산을 매출로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도 “패업계 특성상 4분기 매출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3분기 재고자산은 미리 비축을 해두는 개념”이라며 “회사마다 재고소진 방법이 다르지만, 주로 아울렛 채널 위주로 소진하고 남은 것은 기부하거나 재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