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SUV '4러너' 신뢰도 1위
같은 브랜드 풀사이즈 픽업은 꼴찌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값비싼 소비재 가운데 하나다.
소비자 중심의 자동차 문화가 자리 잡은 선진국일수록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결함(리콜) 여부, 선구매 고객의 객관적 평가 등이 지속적인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말 미국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전기차가 전통적인 자동차(내연기관차)보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제목의 설문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초점은 전기차의 상품성 및 제품 경쟁력에 쏠려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려난 조사 결과도 있었다. 바로 브랜드 신뢰도다.
같은 날 발표된 자동차 브랜드 신뢰도 조사에서는 일본차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반면 전체 30개 브랜드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위는 각각 27위와 29위에 머물렀다. 왜 일까.
먼저 1위는 일본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가, 2위는 도요타가 차지했다. 3위에 이름을 올린 독일 BMW그룹 산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를 제외하면 7위까지 모두 일본차다.
포르쉐와 BMW가 그 뒤를 이었고, 기아와 현대차는 각각 10위, 1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14위, 제네시스는 18위에 머물렀다.
최하위(26∼30위) 5개 브랜드는 지프, 폭스바겐, 리비안, 메르세데스-벤츠, 크라이슬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품질이 낙제점을 받은 건 아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을수록 작은 결함으로 인한 실망감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대중 브랜드의 소형차와 고급차 브랜드의 값비싼 대형 모델에서 동일한 결함이 발생했을 경우 고급차일수록 크게 실망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신뢰도 하락폭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꼼꼼한 조립품질로 이름난 폭스바겐에서,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최고의 가치를 지닌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작은 결함이 발견됐을 때 느끼는 실망감이 더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문 브랜드가 전부 같은 배경을 지닌 것은 아니다. 실제로 품질이 뒤떨어져 신뢰도가 하락한 브랜드도 존재한다.
이밖에 차의 크기와 종류도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 예컨대 도요타의 소형 및 중형 SUV는 높은 신뢰도를 얻었으나, 이들이 만든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낙제점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컨슈머리포트 조사 결과 도요타 4러너는 SUV 부문 신뢰도 1위를 차지한 반면, 도요타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툰드라는 가장 낮은 신뢰성을 얻은 픽업으로 꼽혔다. 툰드라의 신뢰도는 미국 빅3 픽업트럭에 한참이나 못 미쳤다.
물론 이런 배경에는 아메리칸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존심이 서려 있기도 하다.
슈머 리포트 자동차 테스트 부문 수석 이사인 제이크 피셔(Jake Fisher)는 “세단형 자동차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신뢰도가 높았다”라며 “브랜드를 막론하고 픽업트럭의 평균 신뢰도 등급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객관적인 평가로 알려져 있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다.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제공하는 구독료에 의지해 소비자를 위한 질 좋은 제품 안내서를 출판하겠다는 게 이들이 지닌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