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부양자만 노려봐서 건보 곳간 지킬 수 있나

입력 2023-12-0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건강보험공단이 ‘피부양자 인정 기준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란 보도가 어제 나왔다. 건보 곳간은 피부양자 규모가 크고 작음에 따라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이 방면에서 대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피부양자는 약 1703만9000명으로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5141만 명)의 33.1%를 차지한다. 국내 건보 가입자 중 고용주와 반반씩 납부 부담을 나누는 직장가입자는 1959만4000명이고, 자기 몫을 100% 내는 지역가입자는 1477만7000명이다. 그 중간에 공단이 겨냥한 피부양자 집단이 자리한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공단은 앞서 지난해 9월 피부양자 소득 기준을 연간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 이하로 낮췄다. 지난해 피부양자 수는 2021년 1809만 명에서 제법 줄었다.

건보 재정은 급속한 고령화와 급여항목 확대로 2028년 고갈 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합리한 기준에 따라 건보 곳간이 거덜 나고 있다면 이를 버려두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공단이 지난해에 이어 거듭 피부양자 명단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권한이자 의무다. 다만 집단적 저항과 반발을 부를 사안인 만큼 사려 깊은 손질이 돼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피부양자 범위를 배우자와 미성년 직계비속, 일부 직계존속으로 점차 축소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전향적 검토의 여지가 많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자녀, 손자녀, 증손자녀, 형제·자매까지 피부양자로 올릴 수 있는 지금의 기준이 타당한지 돌아볼 일이다. 대가족 시대의 잣대를 현재의 사회보험에 들이대면 ‘이득은 사유화, 비용은 사회화’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보료 수입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방 질주는 곤란하다는 점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공단의 ‘개선’은 그간 안 졌던 부담을 새로 지게 되는 쪽에는 ‘개악’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건보 수입 증가만이 능사일 수 없다. 지출에서도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저출산·고령화가 내놓는 수많은 숙제 중의 하나는 의료 수요의 폭발적 증가 개연성이다. 정부는 이 문제의 만능열쇠가 될 수 없다. 결코 되려 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먼저 현행 제도를 통해 어디까지 관여하고 도울지 가늠해야 한다. 급여·비급여를 나누는 선부터 명확히 그을 일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무거운 짐을 남겼다. 문재인 케어다. 2017년 당시 정부는 30조 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비용에 대한 깊은 고민과 배려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문재인 케어를 폐기하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이후 확실한 처방이 나왔는지 알 길이 없다. 구렁이 담 넘는 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해마다 피부양자만 노려보는 땜질 처방으로 건보 곳간을 지킬 수 있는지 묻게 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긁어 부스럼 만든 발언?…‘티아라 왕따설’ 다시 뜨거워진 이유 [해시태그]
  • 잠자던 내 카드 포인트, ‘어카운트인포’로 쉽게 조회하고 현금화까지 [경제한줌]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말라가는 국내 증시…개인ㆍ외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트럼프 시대 기대감 걷어내니...高환율·관세에 기업들 ‘벌벌’
  • 소문 무성하던 장현식, 4년 52억 원에 LG로…최원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5,270,000
    • +4.67%
    • 이더리움
    • 4,452,000
    • +0.56%
    • 비트코인 캐시
    • 611,000
    • +1.92%
    • 리플
    • 819
    • -1.44%
    • 솔라나
    • 303,400
    • +6.98%
    • 에이다
    • 843
    • -4.53%
    • 이오스
    • 778
    • +2.23%
    • 트론
    • 231
    • +0.87%
    • 스텔라루멘
    • 155
    • +1.9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3,550
    • -2.74%
    • 체인링크
    • 19,680
    • -2.81%
    • 샌드박스
    • 409
    • +2.7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