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터트릴 것”
S&P글로벌신용평가 “한국 가계부채 문제, 국가등급에 부정적 영향 주지 않을 것”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6일 열린 나이스신용평가·S&P 글로벌 신용평가 공동세미나에서 “부동산PF의 잠재부실 현실화가 부분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 본부장은 “올해는 PF 대주단 협약, 만기 연장 등으로 부실을 이연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를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이고 올해와 같은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한꺼번에 터지지 않을 것이고 사업성이 아주 낮은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터뜨릴 것으로 본다. 그 부분에 대해서 손실이 날 수 있지만 정부에서 핸들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금융업권’이란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PF는 여전히 높은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이 본부장은 “브릿지론은 만기연장, 본PF는 분양연기로 규모가 축소되지 않고 있고 내용 면에서도 변화가 미미하다”며 “저축은행은 선제적 유상증자 시행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율이 하락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본부장은 브릿지론의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수익 측면에서는 부동산시장은 가격이 소폭 하락했으나 주식시장과 달리 아직 거품이 존재해 분양가 인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비용 측면에서 금융비용과 공사비용이 증가해 토지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는 불가능하고 브릿지론 토지의 경매 및 공매 확대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성장 고착화 현상도 짚었다. 내년에도 어려운 대내외 사업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동력이 그만큼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수출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와 제1수출국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영향으로 회복이 미진할 것”이라고 “내수는 소득 대비 과도한 가계대출, 고금리-고물가 지속 영향으로 인해 성장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P글로벌신용평가는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기관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란 얘기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분기 기준 100.2%다. 세계 34개 국가(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에 가장 높다.
킴엥 탄 S&P글로벌신용평가 아태지역 국가신용평가팀 전무는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에만 특별하지 않다. 호주의 경우 한국보다 부채 수준이 높다”며 “규제 당국이 굉장히 많은 제한을 오랜 시간 동안 부과했음에도 가계부채 수준이 현재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것은 금융부분이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이 여전히 가계대출을 하는데 안전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한국 등 가계부채 증가 국가를 보면 국내 저축률, 대외저축률이 금융기관이 대출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라며 “국가등급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