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공석‧영장판사 비방 등 법원행정처 질의
‘국힘 후원’ 조희대 후보자도 ‘정치적 중립성’ 논란
“법관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할 때 법관으로서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외관을 만들거나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4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3년 제2회 정기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결했다. 판사 대표 회의체인 법관대표회의는 박원규(57‧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은 총 124명이다.
지난해 3월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서 지자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등의 글을 SNS에 적어 논란이 됐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법원행정처는 감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달 16일 “일부 글 중 정치적 견해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소속 법원장을 통해 엄중한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일로 인해 이번 회의의 첫 번째 안건으로 법관의 SNS 사용시 유의할 점이 상정됐다. 이날 법관대표회의는 법관 독립과 정치적 중립 등에 대한 해결책 모색에 나서 출석한 구성원 99명 가운데 찬성 53명(53.5%)으로 가결했다. 하지만 반대 35명(35.4%), 기권 11명(11.1%)으로 부결 표 역시 46명(46.5%)이 나오면서 법관 대표들 사이 의견 대립이 만만치 않았음을 방증했다.
박 의장은 개의를 선언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법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 재판 지연 등에 우려하고 있다”며 “오늘 회의가 사법부 현안을 논의함과 더불어 미래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에 따르면 법관대표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한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지난달 27일 구성원 통지를 마친 의안에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인사청문회 지원 절차 △과도한 공격으로부터 사법권 독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촉구 등 7개 안건이 포함됐다.
때마침 5~6일 이틀간 실시되는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하루 전날 전국에서 법관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판사 대표들은 이번 회의에서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와 관련한 법원행정처 입장 설명을 요청했다. 또한 대법원장 공석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에서 법원장 인사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시민단체를 법원행정처가 형사고발한 조치에도 질의를 이어갔다.
조희대 후보자에게도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과거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에게 친구로서 100만 원을 후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전날 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서영교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2021년 대학 및 연수원 시절부터 오랜 친우(親友)인 최 의원이 당시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자, 순수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1회 100만 원을 후원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당초 예정대로 청문회가 진행되면 7일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인청특위 위원장 사퇴를 청문회 개시 조건으로 내걸면서 청문회 개최 여부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