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임명동의안 가결…헌재소장 공백 21일만 해소
與, 철야 연좌농성 돌입…예산안 법정시한 넘길 듯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정국이 극도로 얼어붙었다. 민주당의 탄핵안 강행 수순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본회의를 마치고 국회 내 철야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657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 처리 시한(2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김용민 의원 등 168인으로부터 검사 손준성 탄핵소추안, 검사 이정섭 탄핵소추안이 각각 발의됐다"며 "고민정 의원 등 168인으로부터 방통위원장 이동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고 보고했다.
발의 후 첫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기한 내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탄핵안은 자동 폐기되는데, 민주당은 1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국무위원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 만큼 과반 의석(168석)을 가진 민주당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들의 직무는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장 6개월 정지된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공영방송·언론 장악을 위해 위법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추진했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 검사와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을 받는 이 검사 탄핵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9일 이들에 대한 탄핵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본회의 보고 절차도 마쳤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 등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취소로 맞불을 놓으면서 표결이 어렵게 되자 이튿날 발의를 철회했고, 같은달 28일 탄핵안을 재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양일간의 본회의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비 일정으로 조율된 만큼 민주당 주도의 '탄핵용 본회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여야가 해당 본회의 일정 합의 당시 예산안 처리를 전제하지 않았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3건의 내용·절차상 하자를 주장하며 법제사법위원회 추가 논의를 위한 안건 회부 동의의 건을 표결에 부쳤지만, 수적 우세를 앞세운 야당이 반대에 몰표를 던져 모두 무산됐다.
한편 무기명 투표에 부쳐진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야당 협조로 본회의 문턱을 무난히 넘어섰다. 총투표수 291표 중 찬성 204표, 반대 61표, 기권 26표로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달 10일 유남석 전 소장 퇴임 이후 21일 만에 수장 공백이 해소됐다.
아울러 ▲중국의 북한 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결의안 ▲관동대지진 및 조선인 학살에 의한 일본 정부의 진상규명 및 사죄 촉구 결의안 ▲느린 학습자 교육지원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촉구 결의안 등도 이날 본회의를 각각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후 국회 본관 앞에서 국회의장 사퇴 촉구 및 의회 폭거 규탄대회를 연 데 이어 국회 내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탄핵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 법정시한이 임박한 내년도 예산안 협상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2014년 이후 여야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준수한 것은 2014년과 2020년 뿐이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도 400여건을 넘어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