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기전자 업종은 경기 민감도가 크다는 점에서 올해보다는 나은 내년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IT 세트 제품의 수요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3분기 주요 세트 시장 성장률(YoY)은 스마트폰 -0.7%, TV -0.1%, 가전(미국) +7%를 기록해 저점을 지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유통 재고가 건전화되고 있고, 4분기부터 스마트폰과 TV 시장도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다. 내년에 주요국의 정책금리가 인하 사이클로 전환되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가 회복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고, 재건 수요가 더해질 수 있다.
자동차 전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선진화 성과가 중요하다.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차량용 MLCC·카메라·기판·조명, 자율주행 센서 등이 해당한다. 공급망 재편과 함께 리쇼어링 또는 니어쇼어링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로봇, 자동화 설비, 전력 인프라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약점인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TV 플랫폼,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솔루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독 경제 등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내년에 기회 요인을 찾아보면, B2B 판매가 견조한 가운데 부진했던 B2C 판매도 개선될 것이다. 전장 부품과 전력 인프라 등의 수주잔고가 뒷받침되고 있고, AI 확산과 함께 패키지 기술이 고도화될 것이다. 차세대 전지, 위성 인터넷, 로봇 부품 등에서 사업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반면에 위험 요인으로는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판가 하락 압박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성능 진화에 한계가 느껴지며, 미니LED, OLED 등 신기술 TV의 보급 속도가 미흡하다. 확장현실(XR) 기기의 확산도 지연되고 있다. 내년 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친환경 정책의 수혜가 희석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마침내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재고 상태가 개선되면서 유통 채널 출하량이 소비자 판매량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중국, 인도,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위주로 반등이 돋보일 것이다. 스마트폰 경쟁 구도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출하량 1위 싸움 속에 화웨이의 부활로 요약된다. 내년에도 삼성전자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TV는 교체 사이클이 지연되고 있지만, 기대감은 유효하다. 2018~2019년에 TV 판매량이 역대 최고였고, 교체 주기 6년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교체 사이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수요가 부진한데, 내년에 파리 올림픽과 유로 2024 등 유럽에서 개최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유럽 수요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전기차 시장도 고금리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9월까지 970만 대로 37% 성장했지만, 9월 한 달은 27%로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전기차 침투율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15%에 도달하면서 캐즘(Chasm)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이 와중에 미국 시장이 56% 성장하며 중심으로 부상했다. IRA 효과가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용량 기준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는데, 전기차당 배터리 평균 용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픽업트럭과 고용량 전기차 수요가 많은 미국 비중이 확대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