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몰리고 있다.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더 오르면서 갭(매맷값과 전셋값 차이)이 축소되자 적은 자기자본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상승세 둔화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9월 1일 이후)간 서울 내 자치구 가운데 갭투자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로 총 43건의 거래가 있었다. 갭투자 건수 상위 10곳은 송파구(31건)와 강동구(24건) 등 강남지역도 포함됐지만, 성북구(22건), 관악구(20건), 강서구(17건), 구로구(17건) 등 외곽지역이 주를 이뤘다.
특히 전체 거래 중 갭투자 비중은 관악구 11.0%, 동작구 10.0%, 노원구 8.0% 등으로 송파구(7.6%)와 강동구(6.7%)보다 높았다. 서울 아파트 갭투자자들이 서울 외곽지역을 주로 사들인 것이다. 동 단위로 보면 관악구는 봉천동(16건), 노원구는 중계동(15건)과 상계동(14건), 영등포구는 신길동(6건)에 갭투자가 몰렸다.
갭투자는 중소형 평형 중 전셋값이 많이 오른 곳에 집중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롯데’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16일 5억7800만 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날 보증금 5억1000만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갭은 6800만 원이다.
노원구 상계동에선 ‘상계대림’ 전용 83㎡형이 17일 5억 원에 매매된 이후 닷새 만인 22일 전세 보증금 3억5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갭은 1억5000만 원이다. 관악구 봉천동에선 ‘관악푸르지오’ 전용 59형이 지난달 6일 매매가 7억 원에 계약 체결 된 후 같은 달 19일 전세 5억 원에 계약했다.
이렇듯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이어지는 것은 매맷값 대비 상승세가 더 가파른 전셋값 움직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전셋값이 빠르게 올라 매매를 위한 자본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로선 전세를 끼고 사들이겠다는 심리가 강한 것으로 본다”며 “또 최근 들어 정책 대출 등이 어려워져 직접 대출 대신 전세금을 활용해 일단 매매에 나서는 비율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집값 상승세 둔화가 서울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산하는 만큼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은 0.03% 상승으로 전주 대비 0.02%포인트(p) 낮아졌다. 집값 상승세는 6주 연속 이어졌지만, 상승 폭은 매주 줄어드는 모양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7% 올라 매매보다 강세를 보였다.
갭투자는 보통 집값 상승기에 시세차익을 거두기 위한 매수법이다.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는 집값이 상승하면 매도해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집값 하락 시 전세 보증금보다 매매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위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윤 위원은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50% 정도로 극단적인 하락 상황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지만, 매맷값 상승세가 꺾인 만큼 역전세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처럼 전셋값 상승세가 더 확대되면 지금보다 서울 내 갭투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