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압박에 中 버티기전략으로 대응
개별사안 변화에 민감반응 말기를
11월 15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정상회담을 했다. 당초 기대가 크지 않았기에 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무난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4시간에 달하는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서로가 상대방에게 바라는 말을 했다. 바이든은 대만 문제, 남중국해의 항행 자유, 중국 내 인권 등을 거론했고, 시진핑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 해소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그래도 양국 간 군사 대화 재개와 펜타닐 퇴치에 대해 합의한 부분은 구체적인 성과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돌발적인 갈등은 피하면서, 경쟁은 장기적으로 끌고 갈 속셈이다. 바이든은 내년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시진핑은 본인이 원하는 만큼 그 자리에 버틸 수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정권이 바뀔 수 있는 미국이 장기전에 다소 불리할지 모르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미국 경제는 기대 이상의 호황을 지속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압박만 해도 힘든데 여기에 국내 경제의 불안 요인이 더해져 숨을 헐떡이는 상황이다. 부동산 거품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코로나로 인한 3년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금년 7~9월 외국인 직접투자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적자를 기록했다.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마친 후 미국 기업인과 만찬 일정을 가진 이유도 외국인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시주석은 만찬장에서 ‘중국은 미국의 파트너이며 친구’라며 기업인들에게 중국 투자를 권유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인의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한 중국 측 발언도 없었고, 참석한 미국 기업들도 중국 땅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헤드테이블에 앉은 애플과 보잉은 중국 정부 도움으로 물건을 좀 더 팔아보려는 심산이었고, 일론 머스크는 약간의 소란만 일으키고 사라졌다.
현재 중국의 사업환경은 외국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에도 친화적이지 않다. ‘탕핑(일 안 하고 조용히 누워 있기)’이란 신조어는 중국 대졸자의 한탄 풀이였는데 이제는 중국 기업인들이 그 말을 쓴다. 그들은 지금이 문화혁명 이후 가장 기업하기 힘든 시절이라고 불만을 이야기한다(CNN 11월 16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정부가 시장 중심의 개혁을 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지난 7월 개정된 ‘반간첩법’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을 다양한 이유로 처벌할 수 있게 하였다. 최근 제정된 ‘애국교육법’은 중화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법률로 서방 국가와 기업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에 맞선 중국의 버티기 전략은 무엇일까. 중국이 아무리 큰 나라라고 해도 내수만으로는 경제를 유지하기 어렵다.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연결된 중앙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 함께 그들만의 리그를 꾸리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릴 것이다. ‘디지털 실크로드’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들 국가에 5G 깔아주고, 친환경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를 건설한다는데 누가 반대를 할 수 있겠는가.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에서 통할 정도의 기술과 자본을 충분히 갖고 있다.
중국이 동조하는 나라들과 함께 미국의 압박을 꿋꿋이 견디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미국과 동맹국에서 정치 또는 경제적 위기가 발생한다면 반중 연대의 결속력은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이 그토록 원하는 첨단기술을 획득할 포털이 열리는 순간이다. 독일 민간 싱크탱크인 MERICS는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서방의 혼란이 중국에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끝까지 압박할 수 있을지, 중국이 견뎌내는 힘이 더 강할지 두고 볼 일이다. 중국은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과 중국 양자 간 발생하는 개별 사안의 변화에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