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상승세 꺾였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연 ‘4%대’ 유지하고 있다.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이 풀리고 미국의 긴축 종료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안정을 찾자 높은 이자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예금금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과열됐던 수신 경쟁이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단리·12개월 만기) 최고 금리는 3.50~4.05%로 집계됐다. 지난달 정기예금 최고 금리가 연 4.00~4.05%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단이 0.5%포인트(p) 떨어진 것이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상승세도 꺾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같은 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만기 12개월) 평균 금리는 연 4.07%로 집계됐다. 지난달 연 4.24%와 비교하면 한 달 사이 0.17%p 하락했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하락하자 시중은행과 금리 격차는 0.2%p로 좁혀졌다. 최고 금리 수준은 저축은행이 최고 연 4.60%로 은행권보다 높지만, 이런 추세라면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신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소비자를 끌어와야 하지만 연체율 악화로 인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장기 예금 금리보다 단기 예금 금리를 더 높게 적용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대표 정기예금인 ‘KB Star 정기예금’은 만기 6~9개월 미만에 최고 연 4.05% 금리를 적용한다. 반면 12개월 만기는 3.95%, 24개월 만기는 3.1%로 기간이 늘어날수록 낮은 금리를 주고 있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II’도 만기 6개월 금리가 4.05%지만, 만기 12개월의 금리는 3.95%다.
단기 예금을 찾는 소비자의 니즈와 예치금 포트폴리오를 분배하려는 은행의 필요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비용이 특정 시기에 많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예치금의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키는 것”이라면서 “현재 증권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아 마땅한 투자처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는 고객들의 니즈도 높다”고 말했다.
더 높은 금리를 기대하며 관망했던 소비자들도 금리 인상이 끝물에 접어들자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98조1254억 원으로 전월보다 10조95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잔액은 모두 전월보다 늘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9742억 원으로 한 달 만에 13조6835억 원 유입됐다. 정기적금 잔액은 44조3702억 원으로 8414억 원 늘었다.
수신 경쟁으로 인한 예금금리 인상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국이 은행의 금리 및 이자 감면을 통한 상생 금융을 강조하면서 대출 금리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대출 금리를 내리게 되면 예대마진차가 축소돼 수익성이 악화된다.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이 풀리고 미국의 긴축 종료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수신 조달을 위한 대체재도 마련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이 풀렸기 때문에 지난해만큼 높은 금리의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면서 “예금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금리에 반영돼 대출금리도 올라간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은행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