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산재 예방에도 도움…작업중지권이 뭔가요?

입력 2023-1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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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정 법무법인 마중 부대표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주변 공장에서 유해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작업장 근로자들을 대피시킨 노동조합 지회장을 징계한 회사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작업중지권이란 개념이 등장하는데 작업중지권이 뭔가요?

법무법인 마중김위정 부대표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Q. 작업중지권은 어떤 제도인가요?

A. 근로자의 권리로서의 작업중지권은 근로자가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산업재해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자에 대한 노무의 제공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 제1항).

Q.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산업재해는 권리를 행사하는 근로자 본인이 아니라 같은 작업장 내의 다른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까지를 모두 포함합니다. 급박한 위험의 해석에 대해서는 근로자 입장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주관설, 객관적으로 급박한 위험이 있어야 한다는 객관설,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때 근로자의 인식 등 제반 사정을 사후에 동종업계 통상의 근로자의 입장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절충설 등이 있습니다.

이번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를 이유로 한 사업주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는 요건(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 제4항)을 원용하여 ‘근로자가’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했습니다.

Q. 최근 대법원은 2016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 부강산업단지 내 한 공장에서 황화수소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 티오비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건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당시 현장 소방본부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하라’고 방송했습니다. 문제가 된 작업장은 사고 지점에서 200m 떨어진 위치에 있었습니다. 해당 공장 지회장은 다른 공장 근로자로부터 사고 사실을 듣고 소방본부에 전화해 상황을 파악한 뒤 다른 근로자들에게 대피를 지시했습니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했는데, 대법원에서 결론이 뒤집힌 이유는 무엇인지요?

A. 이번 대법원 판결요지에 나타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의 피고인은 소방본부와 근로감독관의 대피명령을 듣고 작업중지권을 행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제1심과 항소심은 급박한 위험이 없었고, 재난지휘통제소를 방문하는 등 객관적으로 급박한 위험이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을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을 비롯한 근로자들이 일하던 현장보다 더 먼 거리에서도 구토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 급박한 위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소방본부와 근로감독관의 말을 근거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했으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즉 제1심과 항소심, 대법원의 차이는 일단 급박한 위험이 객관적으로 존재했는지 여부가 다르고 그 다음으로는 작업중지권이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는지, 아니면 작업중지권 행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가에 주목했는지가 달랐다고 생각됩니다.

Q. 1심과 2심에서 줄곧 지다가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결론이 완전히 뒤집히는 경우가 적지 않나요?

A. 경험상으로는 적습니다.

Q.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노동 현장에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A.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모두 탐색한 후에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기준에서는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기준보다 완화된 기준이기 때문에 작업중지권 제도의 실효성을 조금이라도 제고하고, 산업재해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김위정 변호사

제6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수원지검 평택지청 피해자지원 법무담당관과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송무부 법무관을 지냈다. 현재 산업재해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마중에서 부대표 변호사를 맡아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및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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