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공급망 다변화, 무역·투자 확대 등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기후위기 극복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한국 정부의 기여 방안도 제시한다. 취임 후 강조해온 '글로벌 책임 외교' 강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기후변화 리더십을 제시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15일 영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2박 4일 일정의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APEC CEO Summit(서밋) 및 투자신고식(15일, 이하 현지시간) △재미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15일)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와의 대화(16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17일) 등 주요 경제 일정을 소화한다.
샌프란시스코 일정은 동포 간담회로 시작한다. 이어 APEC 정상회의 첫 세션인 업무 오찬 형식의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 간 비공식 대화(16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 교환하는 일정(17일)도 참석할 예정이다.
17일 오후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일 및 한미일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주제로 열리는 좌담회에 참석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좌담회 전후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언급된다.
'모두를 위한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 창조'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윤 대통령은 다자무역체제 복원과 역내 공급망 연계성 강화를 역설하고,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해 모색한다.
윤 대통령은 14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사람, 돈, 데이터가 단절 없이 흘러다니는 자유로운 공간을 지향해야 하고, 보편타당한 규범에 입각해서 기업이 안심하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공간이 돼야 한다"며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대원칙을 정상 간에 확인하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또 IPEF 정상회의에서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기후변화) △공정경제 등 4개 분야 협상 성과를 확인하고 앞으로 구체적인 협력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IPEF 14개 참여국이 올해 5월 IPEF 장관회의에서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Supply Chain Crisis Response Network)' 가동이 골자인 협정문을 타결한 만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언급이 있을지 관심이다.
윤 대통령은 서면 인터뷰에서 "그간 개방적 지역주의를 기초로 역내 번영을 이끌어 온 APEC이 2020년 채택된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토대로 △무역투자 자유화 △혁신·디지털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더욱 강력히 연대하고 협력해 나갈 것을 (이번 회의 때)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다자무역체제 회복, 역내 상호연계성과 공급망 강화, 국제사회의 디지털 규범 정립을 중심으로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 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기여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청정에너지 전환 차원의 APEC 회원국 간 무탄소 에너지 협력, 역내 기후 취약국 지원 노력 등도 강조할 예정이다.
최근 다자 회의에서 강조한 '디지털 윤리 규범' 정립과 관련, 윤 대통령은 내년 중 '인공지능(AI) 글로벌 포럼' 개최 추진 사실을 밝히며, APEC 회원국에 'AI 거버넌스에 대해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이밖에 APEC 기간인 15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윤 대통령 간 회담 성사 여부도 관심이다. 다만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중 간 조율은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함께하는 스탠퍼드 좌담회 일정을 마지막으로 귀국길에 올라 18일 한국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