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수출, ‘통상’이 마중물 돼야

입력 2023-1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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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1%대로 추락한 한국 잠재성장률
새 성장동력에 에너지산업 ‘낙점’
기업·정부, 통상과제 머리 맞대길

최근 정부에서는 ‘에너지 신산업 수출 동력화 전략’이라는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수출을 늘리고 글로벌 톱3 품목을 선정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에너지 파트너십, 그린 ODA(공적개발원조)나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과 원전 협력 등 G2G(정부 간) 협력 강화도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지금까지 한국 산업의 성장을 보조하며, 에너지 안보와 수급 안정이 주어진 지상과제였는데 왜 수출 동력과 글로벌시장 진출을 고민하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 과정을 돌이켜보면 전기 가스 등 값싸고 질 좋은 에너지 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처절한 정책적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오죽하면 미국 정부에서 한국의 철강산업 경쟁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한전의 값싼 전기공급을 문제삼아 보조금 상계관세 조사를 명목으로 지금까지도 집요하게 철강 통상압력을 행사하겠는가?

수출 중심으로 발전해온 한국 산업은 글로벌시장에서 끊임없이 경쟁에 노출되다 보니 언제나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마찰이나 통상압력이 있었고, 이를 기회삼아 성장해왔다.

특히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통상전쟁이 없었다면 우리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기회를 쉽게 꾀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자랑하는 삼성 반도체, SK하이닉스가 당시 글로벌 반도체 무대에서 단역 자리도 차지하지 못할 때였으니 반도체 통상이야말로 우리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진출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한국 산업의 눈부신 발전 배경에는 에너지 동력의 놀라운 버팀목과 더불어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통상 보호막이 톡톡히 제 역할 다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왜 우리 에너지 산업이 에너지 안보와 수급 안정이라는 산업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수출동력이나 글로벌 진출이라는 에너지의 익숙지 않은 미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일까?

한국 산업의 눈부신 성장에는 끊임없이 진화해 나간 산업의 다이나믹한 성장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 산업의 현실은 철강, 반도체 및 자동차산업을 이어받아 새로운 성장동력축으로 기대되는 바이오나 AI 등 소위 4차산업 분야에서 이렇다 할 가시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이러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제는 1% 수준으로 추락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 시대적 도전에 대한 응전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대두됨에 따라 에너지 산업이 우리나라 성장동력 축의 하나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장치, 스마트원전(SMR),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 경쟁력을 감안할 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 산업에서의 글로벌시장 진출과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에너지 수출 동력화와 글로벌시장 기회 창출을 위해 에너지 산업통상이라는 새로운 정책적 시각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한국 산업의 성장사에 산업통상의 든든한 원군이 있었듯이 에너지 글로벌 전략에도 에너지통상의 새로운 접근방식이 절실하다. 에너지 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현지 글로벌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해선 에너지통상 메커니즘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다른 산업보다 글로벌시장에서의 시스템적인 대응과 O&M(operation & management) 시장에서의 부가가치 서비스(value added service)가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통상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에너지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그린 ODA를 확대하는 점증적인 접근에서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청정수소 공급망이나 원전 등의 G2G 협력보다 훨씬 더 과감한 에너지통상 어젠다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철강과 반도체 육성을 위해 산업통상의 기치하에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궁리하였듯이 에너지 산업을 위한 통상 진흥과 협상 어젠다 발굴을 위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이룩한 한국 산업에 걸맞은 산업통상의 보호막과 길잡이 역할을 이제는 에너지통상에서 새롭게 펼쳐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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