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 및 산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은행과 정유사를 대상으로 한 횡재세 관련 법안 처리 시점을 올해 안으로 잡자 관련 업계는 ‘자본주의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 실적이 매년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데 당장의 이익만 보고 횡재세를 도입한다는 발상은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주식회사는 주주에 의한 자본금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회사”라고 전제한 뒤 “의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정부가 강제적으로 횡재세를 납부하라고 하는것은 자본주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주주는 회사의 이익을 배당받고 기업의 가치가 오르는 것을 요구하는데 법인세 이상의 세금을 이중으로 과세한다면 주주 입장에선 내 재산을 뺏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배임 논란도 제기됐다. B은행 관계자는 “횡재세 도입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이는 곧 주주 손실 확대로 이어지고 결국 주주 이익 침해 및 배임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및 이로 인한 자금조달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이 이익을 내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나 과세의 대상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초과이익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 지 의문”이라면서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익 극대화고 이를 위해 리스크를 감소하면서 투자하고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인데 횡재세를 걷으면 그런 노력들이 줄어 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D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악덕기업으로 모는 정부나 정치권의 압박 및 발언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국회가 표심을 얻고자 포퓰리즘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유업계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나 환율 변동성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실적이 크게 움직이는 정유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횡재세 도입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정유사들이 올해 3분기 호실적을 거두긴 했지만, 당장 지난 분기만 해도 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 2.8%에 불과한 업종이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적자일 때는 보전조치도 없다가 흑자가 날 때면 횡재세 얘기가 나오면 어떤 업종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외에서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형 석유회사와는 상황이 다르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는 “원유를 직접 채굴하는 기업들의 경우 유가가 뛸수록 이익이 크게 늘어나지만,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해 파는 우리나라 기업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