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합병 및 영업양수도 과정에서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되는 현행 시장 프리미엄 산정 방식이 적정 할인율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내 시장 상황에 적합하게 MRP 정보를 산출할 수 있도록 한국공인회계사협회와 금융당국, 자본시장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증권학회는 10일 서울 종로구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후원으로 ‘한국주식시장의 시장위험프리미엄(MRP) 평가 및 대안모색’ 주제의 자본시장 포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시장 리스크 프리미엄(Market Risk Premium, MRP)은 투자자가 시장에 투자할 때 시장자산(Market Portfolio)에 무위험 이자율 이상 얻을 수 있다고 기대되는 초과수익률을 의미한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가치평가에 사용되는 할인율의 가장 기초적인 숫자로 알려졌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자산가치 평가는 기업의 합병 또는 영업양수도 과정 등에서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핵심 평가가치다.
자산가치는 대개 사전에 예상이 불가능하다. 이에 페르난데스 방법론(설문조사)·과거 주식시장의 투자수익률과 무위험이자율(역사적)·미래배당과 현재 주가를 일치시키는 IRR과 무위험이자율(내재적)·미국MRP와 국가별 위험프리미엄(CRP)·총체적 접근방식 등을 활용한 측정 방법이 쓰인다.
주제발표를 맡은 한상범 경기대 교수는 “다양한 MRP 측정 방법은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으며, 특정한 방법이 다른 방법보다 절대적으로 우수하다는 보장은 없다”며 MRP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투자자의 위험회피와 소비선호 △거시경제적 위험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의 불확실성 △미래 기업이익과 현금흐름의 예측 또는 변동성 등을 꼽았다.
다만 MRP의 주관성, 변동성, 데이터의 품질과 시장 비효율성 등은 제각각 다분화돼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MRP 계산 방식에서 주관적 견해가 개입되고, 추정치가 달라지면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실무에서 사용 중인 MRP측정방법 6개의 지난 1월 기준 측정결과는 최저 3.91%에서 11.21%까지 크게 벌어졌다.
또 MRP는 국내 상황에 최적화된 방식보다 글로벌 데이터 업체인 블룸버그 자료를 인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교수는 “영업양수도나 합병 시 가치평가에서 할인율을 직접 계산하는 경우는 단지 24% 정도이고, 불름버그와 같은 정보업체가 제공하는 할인율을 사용하는 경우가 약 72%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임상균 국민대 교수는 “실무에서 느끼기에는 할인율 값이 조금 변화하는 것에 따라 실제로 재무제표나 기업가치평가에서 올라가는 값이 굉장히 달라진다”며 “블룸버그가 남들이 다 쓰고 있어서 공신력 있다고 생각하지만, 데이터값 하나에 따라 배분되는 사회적 자원과 비용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블룸버그의 이름이 유명하다고 따라 쓰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공인회계사협회에서는 총체적 접근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연구·실무현황과 국내외 경제 또는 시장 추세를 총체적으로 고려해 접근하는 기법이다. 지난해부터 한공회는 매년 ‘MRP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평가법인이 과도한 재량권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1년에 한 차례 발표되는 것으로는 MRP변동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해 할인율 근거로 불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업 가치평가 실무에 있어 다양한 MRP산정방식을 통계적 관점에서 분석해 한국적 시장 상황에 적합한 MRP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MRP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가치평가 결과가 평가 시점별로 큰 차이를 보이므로, 가치평가의 객관성, 신뢰성 등이 평가 시점 별로 차이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평활화(smoothing) 방법을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