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8.01%로 12년래 최고
고금리·고물가에 가계 부담 가중
연준 위원들 ‘매파 발언’ 지속
미국의 3분기 카드빚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연체율도 덩달아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런데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최근 잇따라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위한 군불을 때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인의 3분기 카드빚 규모가 전 분기 대비 4.6% 늘어난 1조800억 달러(약 1409조832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8년 연속 증가한 것이자, 2003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신용카드 잔액이 큰 폭으로 불어나면서 연체율도 덩달아 높아졌다. 30일 이상 신용카드 대금을 치르지 못한 신규 연체율은 3분기에 8.01%를 기록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치다. 90일 이상 신규 연체된 비율도 5.78%로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고금리·고물가에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개인 소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때 쌓인 과잉 저축을 바탕으로 견실한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팬데믹 머니’가 서서히 고갈됐다. 이들은 일상적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신용카드 대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카드빚 급증과 치솟는 연체율이 신용카드 연 이자율이 최근 20.7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대출(오토론) 연체율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미국 서브프라임(낮은 신용도의 비우량 대출자) 오토론 만기가 6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이 9월 6.11%로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 실물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미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이미 기업들은 소비 약화 조짐을 감지한 상태다. 전미소매협회(NRF)는 올해 11~12월 쇼핑 시즌 소매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증가율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소매 체인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재량소비재뿐만 아니라 식료품 분야에서도 구매를 자제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수요 부진’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여전히 연준 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당국은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긴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 역시 “9월부터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