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두 번째로 ‘수요 부진’ 언급 많아
미국과 유럽의 실물 경제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소비가 약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분기 미국 기업 실적 시즌에 실물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주춤한다는 뚜렷한 신호가 나타났다.
S&P500 기업의 약 80%가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3분기 매출액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기업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2019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투자자들 역시 이번 실적 발표 기간에 예상 밖의 긍정적인 수치보다 기업들의 잇따른 매출 둔화 전망에 주목했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이 실적 발표 기자회견 기록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약한 수요’가 상위 키워드로 꼽혔다. 특히 아직 3분기 실적 발표가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수요 부진에 대한 언급 횟수는 2000년 관련 집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아이폰 제조사 애플은 올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여행 소매업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며 2024회계연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프랑스 주류 업체 레미 코인트로도 미국의 고급 증류주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연간 판매 목표를 낮춰잡았다.
도이체방크그룹 AG 전략가들은 전 세계적인 매출 증가 속도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낮은 수준까지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마리자 베이트만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마켓 선임 전략가는 “이번 실적 발표 기간에는 경영진으로부터 가이던스에 대한 신중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며 “가격 결정력이 약해진 데 따른 매출 감소와 마진 압박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와 기업의 신용 대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비용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신용 대출이 쪼그라들면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