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철도 부문도 방일 외국인 급증 혜택
더딘 회복세 보이는 한국과 대조적 상황
중국 경기둔화 여파에 전자부품·소재 등은 고전
올해 전체 순익 13% 증가 예상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23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393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고 6일 보도했다. 실적이 집계된 기업들은 도쿄증권거래소 대표 시장인 프라임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약 40%에 해당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부문의 순익이 전년보다 24% 늘어났으며 비제조업 순익은 32% 급증했다. 닛케이는 “중국 경기 변동 등 리스크 요인이 있지만 엔저 효과에 따른 수출 및 방일 외국인 증가로 기업들이 높은 경영 실적을 냈다”고 짚었다.
제조업 중에서는 자동차 기업의 호실적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등 공급제약이 완화한 데다가, 엔화 약세 효과로 수출이 증가했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순익은 2조5894억 엔(약 23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배 급증했다. 엔저 효과가 영업이익을 2600억 엔 끌어올렸고, 가격 인상 정책도 유효했다.
덴소 등 도요타계 주요 8개사 중 6개사가 순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또 다른 자동차 회사인 스바루도 엔저로 인한 625억 엔의 영업이익 증대 효과를 거뒀다.
방일 외국인의 증가로 소매와 레저업종의 순익도 급증했다. 비제조업 부문에서 실적 발표 기업의 65%인 133개사가 순익 증가를 기록했다. 도쿄 디즈니리조트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의 순익은 입장객 증가와 40주년 행사 기념품 판매에 힘입어 545억 엔으로 상반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혼슈에서 신칸센 등 철도를 운영하는 JR 3사(JR동일본, JR도카이, JR서일본)의 합계 순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달했다.
일본의 이러한 상황은 수출과 관광에서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과 대비된다. 한국의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다가 지난달이 돼서야 가까스로 증가세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입국자 수는 546만 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중국 경기둔화 여파로 전자 부품, 설비, 소재 기업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상반기 제조업체 중 순익 증가를 기록한 기업이 50%에 불과한 주된 이유였다. 반도체 장비업체 어드반테스트는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부진 여파로 순익이 64%나 쪼그라들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제조기업의 투자 의욕이 떨어지면서 반도체 검사장비 판매가 위축된 영향이다. 스미토모화학도 주요 소비지역인 중국의 수요 침체에 따라 764억 엔의 적자를 냈다.
여전히 일본 기업들은 올해 전체적으로 견실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2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가운데 내년 3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 전체 실적 전망치를 공개한 360개사의 순익 예상 합계액은 전년보다 13% 늘어난 17조4830억 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