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선의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6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의장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 분산을 위한 개헌은 물론 협치 전제로 어느 당도 전체 의석 과반을 넘지 않도록 하고, 복수의 당이 합의해야만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박 전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저의 빈 자리는 시대소명이 투철하고 균형 감각과 열정을 가진 새 사람이 맡아주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 헌신했다"며 "이제 국회에서의 제 역할은 내려놓을 때"라고 덧붙였다.
박 전 의장은 "개인보다 당이, 당보다 국가가 우선이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며 "당이든 국회든 갈라지고 쪼개질 위기에 놓였을 떄 중재에 나섰다. 양쪽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23년 전 고향인 대전에서 총선 출마하면서 간절한 꿈이 있었다. 바로 지역주의 타파란 꿈이었다"며 "간절하고도 무모한 꿈을 가슴에 안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으로 민주당의 불모지인 대전에 도전했다. 대전 서갑 주민들은 저의 호소를 품어줬고 크나큰 사랑 덕분에 연속 6번의 섬김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협치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국회가 삼권분립 토대 위에 굳게 서서 상생과 협치의 길을 여는 것은 아직도 먼 이야기"라며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제왕적이라 지적되는 대통령제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치를 만들기 위해 어느 한 당도 전체 의석의 과반을 넘지 않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일당이든 이당이든 다른 한 당 이상과 합의할 때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킬 수 있는 연합 과반을 만드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는 국민 신뢰 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과 협치의 제도 개혁을 꼭 이뤄달라"며 "국민 대표기관으로서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사명 의식을 늘 가슴에 담아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대전 서갑에서 내리 6선(16대~21대)을 지낸 박 전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 전 자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문자로 불출마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불출마 계기에 대해서는 "내 지역구는 민주당 험지다. 거기서 연속 6번 낙선 없이 선택받고 의장을 했으면 국회에서 할 일을 다 한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도 의자을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와 저를 키워준 대전에 대한 헌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