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대를 돌파한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마저 치솟아 평균 금리 연 6%대를 넘보고 있다.
4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9월 취급한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5.94%로 전월(5.828%)보다 0.112%포인트(p) 올랐다.
4월 이후 줄곧 5%대를 기록하던 5대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이 추세면 10월 취급분이 6%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에서 이미 연 6%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 9월 연 6% 이상 고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 비중은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연 6% 이상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44.2%에 달했다. 이는 전월(40.8%)보다 3.4%p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은 36.3%, 하나은행 26.2%, 우리은행 18.9%로 각각 전월보다 6.7%p, 3.3%p, 1.4%p 올랐다. 반면 신한은행은 33.2%에서 33.0%로 0.2%p 감소했다.
여기에 채권 금리도 올라 조달비용이 오르는 것도 신용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대출 준거금리인 은행채 1년물(AAA등급)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4.149%로, 한 달 전(9월 27일 기준 4.056%)보다 0.093%p 올랐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달 15일 4%대를 기록한 후 지속해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 경쟁을 이어가는 것도 신용대출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들은 작년 하반기 이후 적극적으로 유치한 고금리 예금 상품 만기가 찾아오자 이들의 이탈 방지를 위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 5대 은행을 기준으로 정기예금 잔액만 보더라도 작년 8월 말 729조 원에서 같은 해 11월 말 827조까지 늘었다. 석 달 만에 약 100조 원가량이 은행 정기예금에 몰린 셈이다. 이들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올리며 이탈을 방지하려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수신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이 대출금리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이자 부담이 늘어난 차주들의 한숨만 깊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신금리 인상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금리까지 지속해서 올라 조달비용이 늘면서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연말까지 대출금리 상승세가 예상되는 만큼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차주들은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데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