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환경 악화에 폰·서버·자동차 수요 개선 지연
재고부담 완화 주목해야…내년 반도체 흑자전환 기대
국내 증시 지수가 연초로 회귀한 가운데 국민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하향조정 리포트가 10개월 만에 등장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불안 탓이다.
1일 BN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기존 8만7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6% 하향조정했다. 삼성전자 목표주가 하향조정이 등장한 건 올해 1월 메리츠증권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회복세로 상반기 대비 눈에 띈 실적 개선을 보이며 3분기 영업이익 2조4300억 원을 거뒀다. 올해 처음으로 분기 조 단위 이익 기록에도 목표주가 하향조정이 나온 건 매크로 환경 악화 탓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불안이 지속하면서 스마트폰, 일반 서버, 자동차 등의 최종 수요 개선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만드는 미국 퀄컴은 최근 경기 불황에 따른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의 2.5% 수준인 1200명을 해고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온세미콘덕터는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수요 둔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4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했다.
유통재고는 정상수준으로 줄어 있어 연말~내년 초 수요 변동에 따른 급격한 재고조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면 감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메모리 재고 감소 속도는 더딜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빠른 재고정상화 구현을 위해 선별적 생산감소를 추진할 것”이라며 “D램 대비 낸드 하향 조정폭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성 훼손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최근 대규모 감산을 단행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 가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매크로 환경 악화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3조5045억 원에서 3조1568억 원으로 10% 낮췄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가가 역사적으로 져평가 영역에 있고, 내년 메모리 반도체 흑자전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가 상승 동력이다.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개선 흐름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3분기 DS(반도체) 부문 영업손실은 3조7500억 원으로 1, 2분기 4조 원대 중반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다. 4분기 역시 적자규모가 2조 원대 초중반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어 내년 1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KB증권에 따르면 내년 D램과 낸드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40%, 25% 상승이 전망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안과 전방 수요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지난 2년여간 괴롭혀왔던 업계 내 재고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방향성이 확보되면서 기간 조정을 활용한 비중확대 전략이 보다 명확해졌다”며 “역사적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평균을 하회하고 있어 편안하게 비중확대가 가능한 구간이다”라고 진단했다.